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친문계(친문재인) 의원들을 겨냥해 ‘수박’(겉은 민주당처럼 파랗고 속은 국민의힘처럼 빨갛다)이라고 공격하는 친명계(친이재명)를 향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전날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수박’ 이라는 단어를 쓰는 특정 계파를 향해 경고한 데 이어 계파조직 해체를 주장하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당내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내에 ‘찌든 계파’가 여기저기 있다며 이들 모임이 해체하지 않는 이상 민주당의 탈바꿈은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하며 "민평련, 민주주의 4.0, 더 좋은 미래, 처럼회 등등 찌들어 있는 계파가 여기저기 있다. 이건 해체 명령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날 4선인 우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당내 강성 팬덤과 이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계파 간 신경전 조짐에 "‘수박’ 이런 단어 쓰는 분은 가만 안 두겠다"며 칼을 빼든데 이은 강경 발언으로 당내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내부는 이재명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지지세력들이 경선 상대이던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계 정치인들에게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수박’이라는 특정 언어를 써가며 공격하는 등 내홍에 휩싸인 상태다.

이에 우 위원장은 다가올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을 지적하며 ‘팬덤 정치’를 비대위 차원에서 근절하겠다고 선포했다. 민주당은 대선·지방선거 연패의 원인 중 하나로 ‘팬점 정치’를 꼽고 있다. 일각에서도 민주당의 이번 패배를 ‘개딸(개혁의 딸)’ 등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친명 세력의 ‘팬덤 정치’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도 이런 현상에 대해 강경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곪았다’거나 ‘당이 많이 오염됐다’는 표현으로 더 이상 지금의 상황을 유지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름은 민주당이지만 ‘민주적’이지 않고, 지금의 민주당을 종전의 민주당으로 볼 수 있는지 생각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일부 의원 모임인 ‘민들레(가칭)’ 등 계파논쟁으로 당내 분열 조장 우려에 발빠른 대처를 해가는 것을 지칭하며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개선 노력을 본받아야 한다고 본다"는 쓴소리도 했다.

이어 ‘처럼회’ 해체를 두고 이원욱 의원과 설전을 벌인 김남국 의원의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는 표현도 문제 삼았다. 그는 "누가 도둑이고 누가 시민이라는 거냐"며 "강성 지지자, 좀 일탈한 지지자, 이 정도로 표현하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아울러 ‘수박 논쟁’을 놓고 "국회의원들 대화치고는 찌질해 보인다"면서, "여러 가지 패거리 정치의식, 다수 의석이라는 걸 힘자랑하는 오만 등이 국민의 꾸지람을 듣는 부분이므로 고쳐야 되겠다는 각오를 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민주당이 지금 상당히 오염이 되어 있다"며 "의원도 지지자도 오염된 것을 빨리 맑게 고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친명 세력의 반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떻게 처럼회를 해체하라는 주장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너무 생뚱맞다"면서 "영구처럼 ‘계파 없다’고 하면 잘못된 계파정치가 사라지나"고 반박했다.

특히 처럼회는 앞서 원내대표 선거에서 처럼회 소속 최강욱 의원에게 몰표를 줬듯, 전당대회에서 또다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당내 질타에도 불구하고 처럼회가 당장 해체 수순을 밟기 보다는 더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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