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바오 중국 경찰국장이 솔로몬 제도의 경찰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솔로몬제도 제공

중국이 솔로몬제도에서 현지 경찰을 훈련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솔로몬제도 사이에 체결된 안보 협정에 의거한 것이다. 솔로몬제도가 중국 군사거점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태평양 지역 안보지형도 격변이 예고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12일(현지시간) 솔로몬제도에서 현지 경찰에 대한 중국경찰 훈련이 개시됐다고 전했다. 솔로몬제도 정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훈련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왕립 솔로몬제도 경찰(RSIPF) 본부에서 이뤄졌다. 기본 생존기술 뿐만 아니라, 자기 방어 및 반격까지 훈련에 포함됐다. "안보문제가 진화하며 여전히 이 나라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위협에 대처할 준비를 잘 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4월말 중국-솔로몬제도가 체결한 안보 협정은 호주를 비롯한 주변국에 경각심을 불러 있으켰다.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려 한다는 게 서방 주장이다. 호주는 "레드라인"으로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태평양 국가들과 계속해서 협력관계를 구축해갈 기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태평양은 지정학적 게임의 경기장이 아니라 국제협력의 무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도발’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중국의 그간 행보, 팽창주의적 세계전략이 그런 의구심을 사 왔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한복판에 놓인 태평양 섬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 온 피지의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마지막날(12일), "피지의 최대 관심사는 지정학적 경쟁이 아니다. 생존과 직결된 기후 변화"라고 밝혔다. 피지의 궁극 목표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영토를 지키는 것이며, 미-중 패권 경쟁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인도, 일본인도, 중국인도, 호주인도 모두 만나 봤다. 우리에겐 스스로 결정 가능한 주권이 있다. 중국을 포함해 우리가 가진 관계를 잘 활용함으로써 (기후변화 대응 관련) 혜택을 입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니아 세루이라투 피지 국방장관은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며, 남태평양 소국들의 ‘사활’문제가 무엇인지 강조했다.

미국·일본·호주 국방장관은 "주권이 존중되는 안전하고 번영된 태평양 지역 건설을 지원하고자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평양 도서 지역으로까지 군사·경제적 팽창을 추진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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