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14일부터 17일까지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K팝 스타들의 공연을 실시간 중계한다. 국내에서 오프라인 콘서트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실황 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고글과 슈트를 착용한 채 가상의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로 실감형 게임을 즐기고, 파티를 하며 교류하는 세상이 그려진다. 이 같은 영화 속 세상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를 통해서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동일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칭한다. 가상공간에 사무실이나 상점을 구축한 뒤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적·상업적 활동을 영위하고, 이를 통해 재화 창출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보고 즐기는 가상현실·증강현실보다 진화된 개념이다.

사실 메타버스는 오래전부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중추기술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심도는 높지 않았다. 이 상황을 반전시킨 계기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대면 활동이 급속히 제한되면서 메타버스가 방역 수칙에서 벗어나 출근·회의·미팅·출장·교육을 자유롭게 수행할 최적의 공간으로 부상한 것. 주류 소비자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한 신개념 마케팅·소통·판매창구로서의 가치도 크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진출과 투자가 폭발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10월 아예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메타버스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1년간 메타버스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만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 이상이다.

시장 전망 역시 장밋빛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오는 2035년 315조원, 이머전 리서치는 2028년 980조원으로의 초고도 성장을 예견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산업인 배터리와 어깨를 견주는 규모다.

국내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필두로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선두에는 네이버가 위치한다. 지난 2018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선보인 이래 매년 2배의 성장을 거듭하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게임, 데이트, 관광, 명품 등 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20여개국에서 2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상태다. 네이버는 현재의 우위를 굳히기 위해 최근 유상증자로 확보한 2235억원을 활용해 사업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페토의 최대 대항마는 지난 7월 론칭한 SK텔레콤의 ‘이프랜드’다. SKT의 기존 가상현실·증강현실 서비스와 기술력을 집대성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회의와 모임, 행사 등 커뮤니티에서 비교우위를 지닌다. 예컨대 제페토는 하나의 룸에 16명으로 입장이 제한되지만 이프랜드에서는 최대 130명이 모일 수 있다.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시 수용성이 메타버스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요즘 메타버스에서 입학식, 면접, 신입사원 교육, 직원 연수, 컨퍼런스, 전시회, 세미나가 열린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경우 지난 7월 현실의 본사를 없애고 자체 메타버스 공간인 ‘메타폴리스’로 사무실을 옮기는 전격적 디지털화를 단행하기도 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지 않고 방안에서 수 분 만에 온라인 네트워크로 출근하는 세상을 열어젖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그룹 콘서트와 팬 사인회, 기업 신제품 발표회,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메타버스의 용처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며 "초기 메타버스가 얼리어답터 중심의 놀이터 성격이 짙었다면 이제는 대중화의 길로 본격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과 기관, 개인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ICT 이외 기업들도 메타버스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내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최대 1000명의 동시 접속이 가능한 화상채팅 기반 2D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의 베타 서비스에 착수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자사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토대로 한 게임 특화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한국메타버스협회 관계자는 "올해 구글의 국내와 세계 검색어 순위에서 모두 미국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1위를 차지했다는 점만 봐도 메타버스의 대세화가 단적으로 드러난다"며 "메타버스는 머지않아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뉴노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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