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국내 첫 개인전…주요 작품 25점 공개
독일 대표하는 현대미술작가…'추상같은 구상화'

다니엘 리히터 ‘눈물과 침’ Oil on canvas, 220x165cm, 2021. /스페이스K 서울
다니엘 리히터 ‘Tuanus’, Oil on canvas, 252x368cm, 2000. /스페이스K 서울

독일의 현대미술가 다니엘 리히터(60)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스페이스K 서울’은 23일부터 9월 28일까지 전시회 ‘나의 미치광이웃’(My Lunatic Neighbar)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 영문 철자가 작가의 의도로 바뀌어 있다(Neighbor→Neighbar). 정해진 규칙의 파괴, 작가 특유의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다니엘 리히터는 함부르크에서 펑크 록 밴드의 포스터와 앨범 재킷을 그리는 것으로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사회운동과 음악에 심취했던 20대 후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함부르크 예술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한다.

초기엔 추상 실험이 다수였으나, 21세기 들어 구상성과 서사를 강하게 드러내 왔다. 2015년부터는 인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추상성이 뚜렷한 회화로 또 한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강렬하고 속도감 느끼지는 색·선, 모든 화면에서 사회적 문제의식이 번뜩인다.

이번 전시에 ‘투아누스’(Tuanus) ‘피녹스’(Phienox) 등 그의 주요 작품 25점이 소개된다. 형상회화를 시작한 2000년 작품부터 근래의 신작까지 한데 모였다. 20세기 독일 미술계가 녹여 낸 사회현상과 시대정신의 한 대목이라 할 만하다.

‘투아누스’(2000)는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과 비슷하면서 선명한 색상들을 사용해 구상화의 성공적인 현대적 변주를 보여준다. 작가의 주요 주제인 시위대와 진압 경찰 등을 환각적으로 묘사해 종말론적 분위기도 연출된다.

‘피녹스’(2000)의 화면 역시 몽환적이다.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벌어진 미국 대사관 테러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독일 통일 10주년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베를린장벽 붕괴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스스로 나무를 쌓아 불을 피워 타 죽은 다음 다시 살아나는 이집트 신화 속의 불사조 ‘피닉스’에 빗대어 사회의 균열과 역사의 흥망을 그려냈다고 평가된다.

가장 최근 작품 ‘눈물과 침’(2021)은 강한 실루엣과 원색 표현이 인상적이다. 전쟁의 부조리와 슬픔을 상징하는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으로 다리 잃은 두 명의 독일 소년병사가 목발을 짚고 나란히 걸어가는 엽서 사진을 참조한 것이다.

배우 소유진이 전시회 오디오 가이드에 재능기부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소 씨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작가의 태도를 보며 새로운 도전과 삶의 방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다니엘 리허터 개인전 전경. /스페이스K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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