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초미세 3나노 선단공정의 세계 최초 양산애 나선다. 지난달 20일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 차세대 게이트 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에 사인을 하고 있다. /연합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3나노 초미세 선단공정의 양산에 돌입한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가늘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해 성능을 높일 수 있는데 현존하는 가장 얇은 선폭이 5나노다. 때문에 올해 1287억8400만달러(약 166조) 규모로 성장이 예견되는 파운드리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주 중 3나노 반도체 공정의 양산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이달 초 3나노 공정의 시범양산을 위한 웨이퍼를 투입했다"며 "양산 스케줄이 예정대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번 3나노의 양산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 본격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업계 최강자인 대만 TSMC에 앞서 올 상반기 내 3나노를 양산하겠다고 밝혀왔다. TSMC의 양산시점이 올 하반기인 만큼 3나노를 기점으로 확실한 기술 우위를 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올 1분기 기준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각각 53.6%, 16.3%다. 무려 3.2배 차이다. 직전분기와 비교해 TSMC는 1.5%포인트(p) 증가, 삼성전자는 2%p 감소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설상가상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의 업황까지 먹구름이 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각각 3~8%, 0~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의한 수요 위축의 영향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3나노를 통한 파운드리 굴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과연 3나노 만으로 분위기 반전이 일어날까.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3나노가 갖는 기술적·상징적 가치가 지대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3나노 반도체는 5나노 대비 칩 면적은 35% 작고 성능과 배터리 효율은 각각 15%, 30%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메타버스,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산업계가 기술혁신을 위해 3나노 상용화를 목을 빼고 기다리는 중이며 애플·구글·AMD·퀄컴 등 정보통신기술(ICT) 공룡 모두가 고객사로 포진돼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3나노의 주도권은 곧 미래산업의 주도권과 직결된다"며 "올해의 3나노 경쟁이 삼성전자와 TSMC간 승부의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은 차세대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TSMC는 기존의 ‘핀펫(FinFET)’ 기술에 기반한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뒤집기 한판’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론상 GAA가 핀펫보다 칩 크기와 성능, 전력효율 등에서 우위를 지녀 TSMC의 3나노 양산 이후에도 동등이상의 조건으로 수주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다만 관건은 수율(전체 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이다. 양산에서 앞서도 수율에서 뒤처지면 공급 안정성이 낮아 핵심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3나노 양산이 하반기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다수 나온 것도 수율 확보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사실 연초만 해도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이 20%대로 낮아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최근 양산 개시가 가능한 수준인 30% 이상으로 수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평택 반도체공장을 찾았을 때 3나노 웨이퍼 시제품을 선보이고 방명록 대신 서명토록 한 것도 최초 상용화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또한 수율 문제는 TSMC도 겪고 있어 삼성전자가 3나노 수율에서 크게 밀릴 개연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3나노 양산 성공은 최첨단 공정에서 TSMC보다 기술력이 앞선다는 것을 보여줘 세계 반도체 장비업체들과 고객사에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라며 "양산 초기부터 기술력과 수율 모두에서 경쟁우위를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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