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왼쪽 두 번째),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왼쪽 첫 번째)을 비롯한 생명보험업계 대표들이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열린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왼쪽 두 번째),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왼쪽 첫 번째)을 비롯한 생명보험업계 대표들이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서 열린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은 가입자가 병의원에서 실제 지출한 의료비를 보상해 주는 보험상품이다.지난 1999년 처음 출시된 이래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현재는 3900만명에 달한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최초 판매부터 2009년 10월까지는 의료비를 전액 보장하는 상품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자기부담금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1세대, 2009년 10월 이후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한 2세대, 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3세대, 2021년 7월부터 판매된 4세대로 나뉜다.

실손보험료는 질병에 걸릴 위험률과 보험금 지급 실적 등을 반영해 3~5년마다 갱신되는데, 최근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작업에 본격 나선 상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년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두고 보험료 예상 인상률을 알리는 안내문을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15일 전까지 가입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내년 보험료 인상률을 상품에 따라 10∼20% 정도로 안내하고 있다. 이는 잠정적인 인상률이다. 이달 말 최종 인상률이 결정되면 안내문이 재발송된다.

보험사들은 내년 보험료 인상률이 2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초에도 보험료를 올렸지만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실손보험의 구조 탓에 적자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높은 대표적 상품으로 1세대 실손보험의 지난 9월 말 현재 손해율은 140.7%다.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을 말하는 손해율이 140.7%라는 것은 보험료로 100만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140만7000원이 나간다는 뜻이다.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도 지난 2019년 100%에서 지난 9월 말 현재 112.1%로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말까지 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만 1조9696억원에 이른다. 손해보험사들의 시장점유율이 80% 수준임을 감안하면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를 합친 전체 실손보험의 적자는 올해 3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이날 더욱 암울한 분석을 내놓았다. 앞으로 10년간의 실손보험 재정 전망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2017∼2020년) 평균 보험료 인상율과 보험금 증가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내년부터 2031년까지 누적 적자는 112조3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보험료 인상률은 실손보험의 출시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연평균 13.4%였다. 반면 보험금 증가율은 그보다 더 빠르게 연평균 16.0%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부 가입자의 ‘의료 쇼핑’‘ 그리고 비급여치료를 중심으로 한 일부 의사들의 ‘과잉진료’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 보험료 일부가 지원되는 급여치료는 국가에서 의료비를 통제한다. 하지만 비급여치료는 병의원이 자의적으로 의료비를 책정할 수 있어 같은 종류의 치료라고 하더라도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실손보험료는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매년 보험사에 의견을 전달하는 식으로 보험료 결정에 개입해 왔다.

지난해에도 보험업계는 1세대와 2세대에 대해서는 20%, 3세대는 10%대의 보험료 인상을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평균 10∼12% 인상률로 확정됐다. 보험사들은 2015∼2017년에는 손해율 등을 감안해 보험료가 필요한 만큼 인상됐지만 2018년 이후에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이어지면서 실손보험 적자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사들은 올해 실손보험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3조5000억원의 손실이 나는 만큼 20% 이상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물가 급등으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데다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보험업계와 금융당국간 조율을 거쳐 인상률이 10%대 중반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과 함께 특단의 비급여치료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실손보험은 보험업계 전반에 위기의 진원이 될 것"이라며 "이는 보험료 부담 급증에 따른 중도해지와 가입 제한 등 대규모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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