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을 포함한 치안감 이상 해경 간부 9명이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한 2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 게양대에 해양경찰청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친문 의원 보좌관 출신 A행정관이 ‘해수부 공무원 서해 피격 사건’ 당시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는 청와대 지침을 해경에 전달하는 등 해경 인사에도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A행정관은 2020년 초 청와대 내 해경 담당 부서가 국정상황실에서 민정수석실로 바뀌면서 해경을 전담하게 됐다.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이 경찰에 비해 비중이 낮은 해경을 A행정관에게 통째로 맡겼다는 것이다.

해경 고위 간부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A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와 ‘앞으로 모든 인사를 나와 상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해경 간부들 사이에서) A행정관을 모르면 ‘별’을 못 단다는 말도 돌았다"고 전했다.

2020년 김홍희 해경청장이 해경 최초로 치안감에서 두 계급 승진해 청장이 된 이례적 인사도 A행정관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경 간부는 "김 전 청장이 A행정관과 가까운 해경 간부를 통해 ‘작업’해서 유력 경쟁자를 제치고 청장으로 낙점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작년 말 정봉훈 현 해경청장 임명에도 A행정관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경 관계자는 "정 청장이 정년에 걸려 후보군에 들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A행정관이 ‘과거 정부에서도 정년을 앞둔 간부를 청장에 앉힌 전례가 있다’며 정 청장을 밀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해경 중간 간부들도 인사를 앞두고 A행정관에게 줄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경 간부는 "국장, 과장급 일부가 ‘어젯밤 A행정관 만나고 왔다’는 말을 자랑처럼 하고 다녔다"고 했다.

‘해수부 공무원 서해 피살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유족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최창민 부장검사)는 29일 오후 숨진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인 이래진씨를 고발인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앞서 고 이대준씨 유족은 28일 A행정관을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A행정관이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는 청와대 지침을 해경에 전달하고, 해경 수사정보국장을 직접 압박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로 밝혀달라는 것이다. A행정관은 지난 24일 변호인을 통해 "수사 방향 등 의견을 전달한 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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