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환 교수 '약의 인문학' 출간

약의 등장부터 시대별 유형까지 인류와 함계한 약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낸 <약의 인문학> 표지. /교보문고

1960년대 처음 출시된 일동제약 ‘아로나민’과 동아제약 ‘박카스’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중·장년 노년 층 한국인에겐 ‘활성비타민의 힘’(아로나민), ‘대한민국 피로회복제’(박카스)라는 광고 문구까지 뚜렷할 것이다.

신규환 교수(대구대)의 신간 <약의 인문학>(역사공간·544쪽)을 보면, 아로나민과 박카스의 신화 탄생 과정도 역사학 관점으로 조명이 된다. 약의 등장부터 시대별 유형까지, 인류와 함께한 약의 다양한 모습을 인문학·의약학의 융합적 시선으로 접근해 차근차근 풀어낸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1950년대 후반부터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감기약·비타민제·유산균제 같은 일반의약품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또 수입 의약품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제약회사가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매에 나서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제약업계 재편과 맞물려 ‘비타민 애착’이 심해지며. 심지어 비타민을 먹으면 식사를 안 해도 된다는 신념까지 유행했다.

아로나민은 1963년 등장한다. 일반 비타민보다 장 흡수에 유리한 활성비타민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박카스는 1961년 알약 형태로 첫 선을 보였고, 1963년 마시는 에너지 드링크 ‘박카스디’가 나왔다. 일동제약·동아제약 모두 저마다 광고에 공을 들였다. 산업화 시대의 한복판, 산업 역군이 필요하다는 사회 분위기가 퍼지는 가운데 피로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파고 든 것이다. 일동제약은 회사 매출의 25%를 아로나민 광고에 투자하기도 했다. 1966년엔 프로권투 선수 김기수 씨의 타이틀 매치를 활용한 프로모션을 펼친다. 이를 통해 ‘체력은 국력’이 아로나민의 슬로건으로 정착했다.

저자는 박카스의 성공을 "강한 체력을 요구하던 당시 사회 풍조와 잘 맞아떨어진 결과"로 본다. "생명력과 젊음이 주요 광고 콘셉트였지만, 식욕증진·음주 전후 해독·피부미용·간장기능 강화까지 가히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약효를 선전했다"는 것이다. 비타민제와 자양강장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히트상품 1~2개 만으로도 제약업체가 성장할 수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유행 품목을 쫓아 비슷비슷한 일반의약품을 양산"하게 된 배경이다.

<약의 인문학>엔 ‘약’과 관련된 14편의 글이 실렸다. 고구려 약재와 의약 교류, 조선시대 의약 문화 변화, 채만식 소설 ‘탁류’에 나타난 약의 의미, 해방 후 한약의 변용과 한의학, 약에 대한 프랑수아 다고네의 생각 등 소재는 다양하다. 여인석 교수(연세대) 김성수 교수(서울대) 박윤재 교수(경희대)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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