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더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반대매매가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현재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연합
국내 증시가 더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반대매매가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현재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연합

국내 증시가 주요국 증시보다 더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반대매매가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경기침체 우려와 고환율로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반대매매 물량이 터져 나오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산 투자자가 약정 기간 안에 이를 갚지 못할 경우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제도다. 통상 돈을 빌려 투자를 한 사람이 담보비율을 140% 이상으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주식이 강제로 청산된다. 이때 증권사는 신속한 자금회수를 위해 하한가로 물량을 매도한다.

반대매매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신용거래융자 잔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가 급락으로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는 줄어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8919억원으로 지난 2일의 21조5313억원보다 2조6000억원 넘게 줄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도 올들어 매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테라USD 사태와 강력한 인플레이션 후폭풍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의 가격 역시 단계적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가 제공하는 ‘공포-탐욕지수’는 28일 기준 25.89로 나타나 시장에 공포심리가 만연함을 보여주고 있다. 공포-탐욕지수는 0으로 갈수록 공포, 100으로 갈수록 탐욕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내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투자금이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724조29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의 716조5365억원과 비교하면 약 3주 만에 7조7597억원 늘었다.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들어선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약 3개월 간 30조원가량 늘었다.

은행들은 최근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올리며 치열한 수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 3.2%의 금리를 주는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당초 2조원까지만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가입자가 몰리면서 한도를 3조2000억원으로 늘렸다. 신한은행은 30만 계좌 한도로 연 5.0%의 금리가 적용되는 ‘신한 쏠만해 적금’을 내놓았다. NH농협은행은 최고 연 5.85%의 금리를 주는 ‘NH 걷고 싶은 대한민국 적금’을 선보였다.

다음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는 더욱 오를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 후 예적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에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금·리츠(REITs) 등 안전자산으로도 투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다만 강세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자산별로 온도 차이 가 나타나고 있다.

금은 증시 불황에 가격이 오르는 전통적 자산 회피처로 꼽힌다. 실물 금은 전문거래소나 우체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도 금통장을 개설해 투자할 수 있다. 고객이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해당 금액만큼 금을 계좌에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이외에 금을 자산으로 담는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에는 12개의 금펀드가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고공행진을 해온 금 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후 조정을 받고 있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에 대한 기회비용을 높인다. 금값은 온스당 1800달러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최근에는 달러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금보다 달러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배당받는 상품이다. 올들어 국내 증시가 약세로 접어들자 5~6%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내세워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자산가격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감소하고 있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로 리스크-로 리턴이라는 자산시장의 불문율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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