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주민들이 전날 밀입국을 시도하다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람들을 추모하고 있다. 철로 옆 수풀가에서 발견된 트레일러에서 시신 46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
2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주민들이 전날 밀입국을 시도하다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람들을 추모하고 있다. 철로 옆 수풀가에서 발견된 트레일러에서 시신 46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

"시신을 만지면 뜨거울 정도였다."

윌리엄 맥마누스 샌안토니오 경찰서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행 밀입국자를 태운 ‘찜통’ 트레일러를 처리하던 당시 상황을 돌이키며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외신들은 조사 당국을 인용해 남성 39명과 여성 12명이 이번 참사로 숨졌다고 전했다.

어린이 4명을 포함한 16명은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이들 중 5명이 숨졌다. 희생자엔 10대도 있다. 환자들은 고열과 탈수 증상으로 위독한 상태다. 전날 샌안토니오 지역 최고 기온은 섭씨 39.4도에 달했다.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이 트레일러엔 환기구도 에어컨도 식수도 없었다. 트레일러 내부 온도가 78도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 카르텔과 연계된 밀입국 알선 조직은 사람을 상품처럼 취급한다." 크레이그 라러비 미국 국토안보부(DHS) 수사관이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밀입국 조직이 사람 체취를 없애고 화물 등으로 위장하고자 불법이민자들에게 자극제를 뿌렸다고 보도했다. 통상 불법이민자들은 밀입국 조직에 8000∼1만 달러(1030만∼1300만 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엄청나게 불행한 사고"라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다음 달 워싱턴 DC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핵심 주제가 이민문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국적별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멕시코 22명, 과테말라 7명, 온두라스 2명 등이다.

밀입국 참사는 처음이 아니다. 2003년 텍사스 남부 도시 빅토리아에서 7세 소년을 포함한 17명의 트럭 내 질식사고가 있었으며, 2012년 텍사스 남부에서 픽업트럭이 나무와 충돌해 그 안의 이민자 15명이 죽었다. 2017년 샌안토니오 월마트 주차장의 한 트럭에선 이주자 10명이 갇혀 있다가 사망했다.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개방적인 국경 정책"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공중보건법 시행으로 불법이민자 강제 추방을 벌이면서 국경 상황이 호전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점진적으로 폐기할 방침을 밝히자 불법이민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 관세국경보호청에 따르면 5월 남서부 국경을 통한 불법이민자가 23만9416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5월(14만4116명)보다 66%나 늘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밀입국자 수십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주민들이 현장에 십자가와 촛불을 놓은 뒤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2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밀입국자 수십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주민들이 현장에 십자가와 촛불을 놓은 뒤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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