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에너지 90% 이상 수입 의존...엔화 약세에 LNG값 120% 뛰어
美, 원전반대론자도 입장 철회...폐쇄 대신 '수명연장'으로 급선회

러시아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남쪽 약 70km 떨어진 프리고로드노예의 ‘사할린-2 프로젝트’ 액화가스 공장 모습(2006년 10월 13일 촬영). 러시아는 ‘사할린-2’ 극동 에너지 개발사업에서 일본을 제외하려 한다. /로이터=연합
러시아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남쪽 약 70km 떨어진 프리고로드노예의 ‘사할린-2 프로젝트’ 액화가스 공장 모습(2006년 10월 13일 촬영). 러시아는 ‘사할린-2’ 극동 에너지 개발사업에서 일본을 제외하려 한다. /로이터=연합

지구촌 곳곳 에너지난의 부담과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원전 재가동 드라이브’가 가시화됐다. 때이른 폭염까지 겹친 일본에서 2011년 후쿠시마 참사 이후 중단한 원전의 재가동 요구 여론이 높아지는가 하면, 원자력 에너지를 적극 반대하던 미국 민주당이 원전 유지·운영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엔화 약세·도쿄 폭염 ‘3중고(苦)’를 만난 일본의 에너지 위기를 보도했다. 에너지의 약 90%가 수입인 일본은 지난 5월 엔화 기준 액화천연가스(LNG) 비용이 1년 전보다 120% 가량 뛰면서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린 대표적 나라로 꼽히게 됐다. 브렌트유 가격이 달러 기준 올해 40%대 상승률이지만, 엔화 약세로 인해 엔화 기준 70% 상승률을 보였다.

러시아-일본의 극동 에너지 개발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러시아가 일본 기업을 배제한다고 나서 위기는 심화될 조짐이다. 사할린-2에서 나올 천연가스 60%가 일본 몫이기 때문이다. 원전 가동률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도 낮다. 원전이 대부분 운행중지 상태이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9년 기준 10% 미만이다.

지난주 도쿄 최고 기온이 37도였다. 과거 30년간 평균 기온(22.5도)에 비해 15도 이상 치솟은 셈이다. 연일 폭염으로 전력 부족에 시달리면서 원전 재가동에 한층 힘이 실리는 중이다. 오바 노리아키 포스트 오일 전략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원자로 재가동을 요구하는 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참의원 선거 결과가 에너지 정책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의 원자력 반대론자들까지 입장을 철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같은날 미국 정계에서 반핵을 주장했던 정치인들이 최근 원전 건설에 찬성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대표 텃밭 캘리포니아주(州)마저 ‘원자력발전 절대 반대’의 기존 입장 대신 ‘원전 유지’ 쪽으로 돌아섰다. 현재 캘리포니아 내 유일한 원전인 디아블로 캐니언 원자력 발전소는 2025년 폐쇄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풍력과 태양광 발전만으로 州 전력 수요의 10%를 담당한 디아블로 원전의 공백을 메울수 없다. 이런 현실을 인식한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주지사가 원전의 허가 연장을 제안했다.

캘리포니아 지역구인 민주당 소속 다이앤 페인스타인 연방 상원의원은 기고문(‘내가 입장을 바꾼 이유’)을 통해 "원전 폐기물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현시점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디아블로 원전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현재 92개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원전이 미국 전력 총 생산량의 20%, 청정에너지 총 생산량의 50%를 담당해 왔다. "풍력과 태양광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탈원전의 실상에 눈뜬 목소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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