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수상 뒤 첫 입국…내주 고등과학원 강연회로 국내 일정 시작

학계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가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학계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가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허준이(39·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는 8일 필즈상 수상 뒤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으며 "큰 상을 받아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허 교수는 취재진에 "앞으로 한국 수학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역할이 더 커진 듯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고 기쁘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이달 13일 고등과학원 강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국내 일정을 시작한다. 그는 "부모님과 그다음 주에는 제주도에 놀러 가기로 했다"며 웃었다.

그는 국내 학계에서 하게 될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여름 동안 고등과학원에서 근무한다"며 "고등과학원 연구원들과 연구 활동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 수학자들은 열심히 공부한 것만큼 최근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젊은 학자 중에 도드라진 분들이 많다"며 "나는 그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미국에서 태어난 허 교수는 국적이 미국이지만, 한국 수학자들을 '우리나라 수학자들'이라고 부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청년들에게 "나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었다. 다 돌아와 생각해보니까 구불구불했지만 가장 좋고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다"면서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천천히 차근차근 한 발짝씩 걸어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수학은 꾸준히 진득하게 앉아 절대 포기 안 하고 10년, 20년 하는 게 강조돼있지만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끔 적당한 때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공항에는 허 교수를 마중하기 위해 고등과학원 관계자들 등 학계 인사들과 허 교수의 배우자, 첫째 아들 허단(7)군 등 가족이 나와 있었다. 허 교수는 아들이 건네는 꽃다발을 받고 군중의 환호와 박수 아래 아들을 품에 꼭 안았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학문적 성취가 기대되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이다. 한국 수학자가 이 상을 받은 것은 허 교수가 처음이다. 허 교수는 자신을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아본" 국내파로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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