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두 번째 모임인 ‘경제위기 인본 혁신생태계로 극복하자!’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며 당이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들어가자, 당 내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인물들이 공부 모임을 연달아 열며 당권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6개월 후 다시 직무에 복귀할지, 아니면 그 사이에 경찰 수사에 따라 상황이 바뀔 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내년 6월 전당대회가 열리든,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든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 이에 미리 당 내 저변을 넓혀 전당대회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13일 오전 자신이 주도하는 공부 모임 ‘혁신 24 새로운 미래’(새미래) 두 번째 모임을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의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모임에는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 안팎이 참석한 것으로 주최 측은 집계했다. 모임에 참여하는 의원은 5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안철수 의원이 전날 연 토론회에도 의원 40여 명이 자리했다. 안 의원은 이후에도 주 1회꼴로 토론회를 열고 과학기술 발전, 감염병 대응, 연금개혁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틀 연속 열린 의원 모임에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각각 참석하면서 의원 공부 모임이 아니라 ‘정책 의원총회’를 방불케 한다는 말도 나왔다.

또 다른 유력 주자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직위상 의원 모임 등을 주도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라는 직위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윤심(尹心)’ 쟁탈전에서도 한발 먼저 치고 나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정진석 국회 부의장도 공부 모임을 준비 중이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출마를 마다하지 않겠다’며 여기저기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탐색전’ 성격이 강하다. 이 대표의 거취는 물론 전당대회가 어떻게 열리게 될 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당권 욕심을 드러내다가는 ‘집중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서로 모임에 참석해서 축사를 하는 등 견제보다는 ‘품앗이’를 하는 양상이다.

안 의원은 이날 김 의원 주최 모임 참석 후 기자들에게 "어제 김기현 대표가 저의 모임에 와주시고 마침 김광두 교수님 저랑 오랜 인연이 있는 분이시고 정말 통찰력 있는 분이어서 말씀도 듣고 인사도 나누러 왔다"며 "모든 의원이 합심해서 당을 안정시키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날 행사 축사에서 안 의원과의 중학교 동창 사이라는 친분을 내세우면서 "위기만큼 단합을 잘하고 우리의 의지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했으면 좋겠다. 안 의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권 주자 간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김 의원은 전날 토론회 후 페이스북에 안 의원을 향해선 "당적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고, 자신에 대해선 "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켜온 뿌리 정신"을 언급했다. 안 의원은 합당을 통해 합류한 ‘굴러온 돌’이고 자신은 ‘박힌 돌’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지난 8일 징계 이후 닷새가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무대응 모드 속에서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그는 최근 제주도를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 안팎에서는 이제 그만 윤리위 결정을 수용하라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는 징계 수용이 경찰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침묵 속에 잠행을 이어가리란 전망도 나온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왼쪽부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기현 의원이 12일 안철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정진석 국회부의장(왼쪽부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기현 의원이 12일 안철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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