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최성환

19일 오후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날 오후 3시 40분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근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KF-21 시제 1호기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꼬리 날개에 ‘001’이라는 숫자가 쓰여있고 조종석 하단에는 태극기가 선명했다. KF-21은 시속 약 400km로 30분 넘게 사천 상공을 선회하며 기체 성능을 점검한 뒤 오후 4시 13분 무사히 착륙했다.

이날로 대한민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선언 이후 21년 4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일본·프랑스·스웨덴·유럽 컨소시엄(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뿐이다.

KF-21의 개발 역사는 곧 한국형 전투기의 개발 역사다. 그 단초는 6·25 직후인 이승만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군 프로펠러 연락기를 기초로 한 최초의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했다. 일명 ‘부활호’다. 부활호는 두 대가 만들어졌는데, 현재 한 대가 남아 사천비행장에 전시돼 있다.두 번째 시도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F-5 A,B 전투기를 기반으로 하는 F-5 F, E 국산개발 계획이다. F-5는 ‘제공호’라고도 불렸다

이후 미군의 F-16을 능가하는 국산형 전투기 개발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견제가 들어왔다. F-16의 라이센스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한국의 의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개발은 하되 F-16보다 크기가 작고 성능이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조건이었다. 결국 미국으로부터 원천기술을 더 많이 전수받고 제트기형 고등훈련기의 대량 수입을 약속한 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그 결과 초음속기 T-50이 만들어졌고, 이를 근접지원 공격기로 개량한 것이 FA-50이다. FA-50은 해외 여러 나라에 수출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순수 한국형 차세대, 즉 스텔스 전투기(5세대)를 기획했지만 기술이 부족했다. 한국은 스텔스 핵심기술인 비구개 레이다(AESA)의 자체 개발에 애를 썼다. 삼성이 탈레스사와 합작해 AESA기술을 습득하려고 삼성탈레스를 설립했으나 실패했다. 이를 한국화약이 인수받았고 결국 한화탈레스가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세계 최고의 스텔스 전투기인 미군 F-22는 설계가 극비사항이라 수출을 하지 않았다. 결국 F-35A를 수입할 수 있게 되면서, 포기하려 했던 차세대 전투기 KF-21 사업에 다시 속도를 냈다. F-35 스텔스 전투기는 의외로 단점이 많았다. 무기를 모두 비행체 내부에 싣기 때문에 장착량이 500kg에 불과해 공격 능력이 부족했다. 이에 한국은 내부장착도 되고 날개 아래 등에 다양한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전투기를 설계했다. 하지만 무기를 외부에 장착하게 되면 스텔스 기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5세대가 아닌 4.5세대가 된 것이다.

이번 KF-21의 장점은 크기가 F-35보다 훨씬 커서 내부에 무기 장착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당장은 주력기인 F-15K를 대체할 목적으로 생산됐지만,무기를 소형화해서 모두 내부에 장착하는 진정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벌써 들어가 있다. 한국 공군사에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도 미국의 간섭으로 초음속 전투기 개발에 우여곡절을 겪었다. 순수 일본산 전투기인 F-1, F-2 를 개발했지만 F-15J 의 성능에 크게 못미쳐 생산을 중단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과 별도로 오래 전부터 ‘심신’이라는 이름의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심신’은 차후 등장할 한국형 5세대 스텔스기와 비교될 전투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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