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 기획전시 ‘나의 잠’ 전경.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살아 있는 동안 대체로 3분의 1이 수면시간이다. 인간에게 ‘잠’이란 무엇일까? ‘현대인의 잠’을 주제로 한 기획전 ‘나의 잠’이 20일 열렸다(9월 12일까지 옛 서울역사). 중앙홀 바닥에 동물 탈을 쓴 12명이 잠을 청하려는 듯 눕거나 앉아 있다. 화물차 운전사·영화배우·경비원·청소부·현대무용가 등으로 보이는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김홍석 작가의 작품들(침묵의 공동체)이다. 그 옆엔 이들이 김 작가로부터 돈을 받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중이라는 설명의 간판이 서 있다.

문화역서울284기획전 ‘나의 잠’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다. 전시를 기획한 유진상 예술감독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인의 잠을 일인칭 경험과 예술적 사유로 풀어낸 전시"라고 밝혔다. 타인과 공유 불가능한, 고유한 일인칭 세계로서의 잠을 상정해 작가의 독자적인 시각을 투영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모든 생명체는 살기 위해 휴식·재충전이 필요하다. 인간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7~8시간 수면을 취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적절한 수면이 기억력 창의력을 높여주며, 암·치매·심장마비·우울증 등의 위험을 줄여준다. 하지만 고도산업사회가 되면서 ‘잠들지 않는’ 세상이 됐다. 잠은 자연스럽게 ‘정지된’ 혹은 ‘줄여야 하는’ 시간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나의 잠’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하고, ‘잠’이 고픈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쉼’의 한 때를 제공한다.

전시회 참여 작가는 중진부터 신진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김홍석·김대홍·로와정·무진형제·박가인·스튜디오 하프-보틀·심우현·여다함·오민수·우정수·워드 워크스·유비호·이성은·이원우·정민성·최윤석·최재은·팽창콜로니·D 콜렉티브 등 총19팀). 전시 작품엔 회화·조각·설치 등 고전적 장르 외, 영상·인공지능을 활용한 것도 있다. 작품들은 잠과 관련한 시간대에 따라 ‘한낮, 나의 잠 너의 잠’ ‘23:20 반쯤 잠들기’ ‘1:30 작은 죽음’ ‘3:40 잠의 시공간’ ‘새벽에 잠시 깨기’ ‘7:00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 등의 구성으로 배치됐다. 관람객이 드러누워 감상할 수도 있다(온라인 방문 가능: www.2022mysleep.kr).

문화역서울284 기획전 ‘나의 잠’ 포스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문화역서울284 기획전 ‘나의 잠’ 포스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