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국회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

이준석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대표’로 지칭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노출되면서 여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 인식이 확인되면서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동시에 윤 대통령과의 사적인 문자 메시지를 노출한 셈이 된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어떤 대응을 내놓을 지 온갖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추이에 따라 이 대표 징계 후 물밑에서 꿈틀거리던 당권 경쟁이 재점화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당 일각에서 제기된다.

일단 원내지도부는 문자 메시지 공개의 후폭풍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표 징계에 ‘윤심’(尹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은 확대해석이라는 것이다.

권 대행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

지난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권 내 내홍과 국회 원구성 지연과 관련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한 지 엿새 만이다. 권 대행은 앞서 지난 20일에도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자신의 ‘9급 공무원’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징계에) 윤심이 작동했다는 것은 다 추측이다. 지도부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얘기하다 사적으로 오고 간 이야기에 대해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본인의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 홈페이지에서 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 관련 질문에 "대통령도 사람"이라는 한 줄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등에 ‘윤심’이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표와 가까운 청년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같은 의견이 분분하다.

박민영 대변인은 "대통령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의 염원이 담긴 쓴소리와 성장통을 어찌 내부총질이라고 단순화 할 수 있나"며 유감을 표했고,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당대표를 싫어했다는 소문이 원치 않은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 유감스럽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당내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권 대행의 리더십을 문제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당장 지도체제 교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당헌당규상 조기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혼란 없이 지도체제를 교체할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공부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총질’ 파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어떤 경위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자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부총질’ 당사자로 거론된 이준석 대표는 울릉도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어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대로 솔직해서 좋다. 감사합니다 울릉도"라고 적었다. ‘그 섬’은 여의도를, ‘이 섬’은 울릉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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