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위한 노력 없고 대화 줄어...경찰 문제 놓고는 이견
흑인, 공권력 희생자라고 주장...아시안, 경찰 보호 원해

뉴욕시장에 당선된 민주당 에릭 애덤스가 지난달 2일(현지시간) 밤 브루클린의 선거 행사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경찰관 출신인 애덤스는 1990년 데이비드 딘킨스 전 시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흑인 뉴욕시장이 된다. /로이터=연합

지난 봄 미국의 흑인·아시아계 사회가 ‘인종차별적 폭력’에 저항하는 연대에 나섰으나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 문제를 놓고 두 사회가 큰 이견을 보였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보도에 따르면, 아시아계가 테러 대상이 되는 예가 늘자 흑인 지도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은 올해 초 아시아계를 향해 "당신과 함께한다"는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시아계 역시 지난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을 공개 지지했다. 체포과정에서 경찰의 과잉 조치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시위를 촉발했다.

지난 3월 아시아계 여성 6명 등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 사건 때는 로스앤젤레스(LA)와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흑인-아시안 연대’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시위자들이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9개월이 지난 지금, 미 전역의 활동가·역사학자·지역사회 리더 2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 양측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별다른 노력이 없고, 연대를 위한 대화도 줄었다는 결론이다.

흑인이 경찰 폭력의 최대 희생자라며 경찰 예산 감축을 요구하는 게 BLM 활동가들 주장인 반면, 아시아계는 경찰력 강화를 통해 보호받기를 원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흑인이 경찰에 의해 사망한 경우가 불균형하게 많았으며, 아시아인은 적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흑인들 사이에 경찰 비판·회의론이 많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경찰을 개인 재산의 수호자로 여긴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클레어 진 킴 교수의 설명이다.

정치권이 ‘흑인 vs 백인’ 인종갈등 프레임으로 좌·우 이념전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 오리건주 최대 도시 포틀랜드에서 작년 6월 100일간 시위가 지속되며 폭력적 이념 대리전으로 번진 배후에 중국이 관여했다는 설 등의 문제 제기도 있다.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는 BLM 시위를 지지해 표심을 자극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질서 수호‘를 외치자 사태의 주범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경찰의 공권력이 힘을 잃는 중이다.

인종차별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작년 여름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BLM 멤버 2명을 총으로 쏜 카일 리튼하우스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반발, BLM은 "뉴욕시를 불태워버리겠다"고 협박, 내달 1일 취임하는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 당선인이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경찰 출신 흑인 남성 아담스는 뉴욕시 사복경찰을 부활시키는 등 범죄율 저하를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민주당 출신 뉴욕 시장 아담스는 경찰국장으로 흑인 여성 키챈트 시웰을 임명하며, "범죄와 맞서는 검증된 전사(戰士), 경험과 정서적 지능을 겸비해 뉴욕 시민들의 안전과 정의를 실현할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범죄가 폭증하자 민주당 출신 시장마저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에 서명하면서 아시아계·흑인 공동체간의 괴리가 심해졌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사업주들과 흑인의 충돌로 2300개 이상의 한인 기업이 약탈당하고 불탄 바 있다. 양자 사이의 뚜렷한 사회·경제적 격차를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이 모든 게 흑인의 노예 역사 탓으로 설명 가능한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소수자·약자 특별 전형 등 다양한 사회적·법적 배려가 있으나, 활용하는 것은 주로 아시아·히스패닉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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