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비대위원장으로는 당내 최다선인 주호영 의원(5선)이 내정됐다. 이번 비대위는 과거 김종인 비대위에 비해 비교적 단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어진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정치적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당내에서 확실한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이런 인식이 국민의힘에는 그동안 너무 부족했다. 이준석 체제가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좌초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주어진 최우선 정치적 과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시대에나 집권 여당에게 주어진 소명이지만, 특히 윤석열 정부가 여소야대 구도에서 반대한민국 세력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호영 비대위는 국민의힘을 변화시키는 준비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 거대 야당과 거의 내전을 연상시키는 정치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집권 여당이 멀뚱멀뚱 구경이나 하고 한가하게 정치 평론이나 하는 상식 이하의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또 하나 주호영 비대위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준석 체제의 잔재를 말끔히 털어내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이준석 대표의 공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누가 뭐래도 확실한 것은 이 체제가 불명예스럽게 중도 퇴진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이준석 체제 청산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숙제이며, 어설프게 미련을 남길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최재형 혁신위원회부터 간판을 내려야 한다. 지금 혁신위원회는 철저하게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준석 체제가 막을 내린 상황에서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당이 비상 상황에 처해 비대위가 새로 출범하는 마당에 별도의 혁신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부터가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이번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에서 새로운 체제를 준비하는 역할이다. 김종인처럼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당대표 역할을 오랫동안 맡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급적 빨리 전당대회를 치르고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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