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영
정구영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부동산으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났다. 공약은 물론 네거티브의 소재 역시 부동산이었다. 부동산이 주요 승부처였던 선거는 또 있다. 2007년의 제17대 대통령 선거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주택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내세웠다. 반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수요 억제다. 재건축 규제 역시 풀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과는 6공화국 이래 대선에서의 최다 득표차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48.7%, 정 후보는 26.1%의 득표율을 얻은 것이다. 양자간 득표율 차이는 무려 22.6%포인트.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 15.1%를 감안하면 좌우 정당의 득표율 차이는 37.7%에 달한다고 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트라우마다. 이 때문인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값 폭등과 공시가격 현실화로1세대 1주택자의 세(稅) 부담도 급격히 커졌고, 이는 표심에 악영향을 줄 대형 악재라는 ‘셈’이 나오자 노선을 우클릭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 같은 여당 행보를 이끄는 주역이다. 그는 청와대의 반대에도 불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 역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민간연구기관들과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거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집값이 올랐음에도 더 오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천문학적으로 풀린 유동성에도 대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게 요인으로 꼽힌다. 돈이 갈 곳이 부동산 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속적으로 돈이 풀려 화폐가치가 하락해도 경기 상황이 좋아지면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방역조치 강화로 경기 상황은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기업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안전자산인 부동산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투자 수익률보다 현금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인플레이션 헷지, 에셋 파킹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찻잔 속의 태풍’일 가능성이 있다.

여당은 양도세 중과 완화를 거론하고 있지만 징벌적 과세라는 정책 목표까지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주택을 매각할 수 밖에 없다.이 때 처분하는 주택은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지방, 수도권, 서울 변두리의 순(順)이 된다.

이를 매각한 자금은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 위해 상급지로 몰릴 개연성이 높다. 한마디로 상급지와 하급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상급지발(發) 집값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수요 예측 실패로 서울의 주택공급은 2024년까지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사실상 하락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안다. 하지만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기존 정책을 뒤집는 등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시적’이란 꼬리표를 붙여 일단 선거에서 재미를 보자는 속셈이다. 이는 한 국가의 부동산 정책은 물론 국민을 농락(籠絡)하는 정치공학적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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