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병이 더 악화되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이전에 수술받은 어깨와 허리 질환 증세가 더 나빠졌고, 오랜 수감 생활로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오다 이번에 삼성서울병원로 옮겼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구속 이후 이달 19일까지 4년 9개월째 수감 중이다. 전직 대통령 중 역대 최장이다. 박 전 대통령은 올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가석방이나 사면 없이 형을 다 채우면 86세나 돼야 출소한다. 최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이번 성탄절 특별사면에서도 박 전 대통령 등을 제외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연말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다. 지지자들에게 받은 편지와 그에 대한 옥중 답장을 엮은 책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썼다. ‘정치란 허업(虛業)을 쌓는 일’이라지만 김무성·유승민 등의 배신은 심장을 도려내는 듯했으리라.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높다. 보수 진영뿐 아니다. 지난 1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국민통합을 위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결단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2년을 넘기지 않았다. 둘을 구속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면 결단을 내렸다. 사면을 건의한 사람도 다름 아닌 YS의 평생 정적(政敵) DJ(김대중 전 대통령)였다.

형집행정지 또는 사면의 명분은 뚜렷하다. 국민통합과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상이다. 박 전 대통령이 출소 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이 더 건강을 해치기 전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법(法)이란 벌을 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관용(寬容)도 법을 구성하는 중요한 규범이다. 만약 문 정부가 때를 놓치게 되면 나중에 문 대통령이 더 큰 벌을 받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일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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