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4월 8.3%에서 5월 8.6%, 6월 9.1%로 올랐다가 7월에 8.5%로 내렸기 때문이다. /연합
1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4월 8.3%에서 5월 8.6%, 6월 9.1%로 올랐다가 7월에 8.5%로 내렸기 때문이다. /연합

미국, 중국, 인도, 한국 등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가 한 풀 꺾이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물가 및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하고, 수입물가도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은 물가 급등의 주범인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최근 들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기조 역시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물가를 자극하는 요소가 여전한 만큼 섣불리 물가 안정과 통화긴축 완화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도 있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4월 8.3%, 5월 8.6%, 6월 9.1%로 올랐다가 7월에 8.5%로 내렸다.

생산자물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내려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4월 0.5%, 5월 0.8%, 6월 1.0%로 상승곡선을 그리다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생산자물가 역시 하락세다. 중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2% 오르기는 했지만 전월의 상승률 6.1%보다 많이 둔화됐다.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3.5%로 2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내리는 추세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7%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시장 전망치 2.9%에 못 미친 데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인도 국가통계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7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7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개월 내 가장 낮은 수치다. 인도는 지난해 9월 이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올해 4월 7.79%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수입물가 하락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6월 대비 0.9% 하락했다. 수입물가는 올해 1월 4.4%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4월에는 -0.6%로 잠시 하락했지만 5, 6월 재차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천정부지로 오르던 세계 주요국의 물가가 내림세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지난 3월 배럴당 130달러를 웃돌며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선 한때 90달러선을 밑돌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도 마찬가지.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최근 3개월 사이 12.5% 내렸다. 철광석(-19.3%), 니켈(-14.9%), 알루미늄(-9.3%) 등도 10% 내외의 하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도 우리나라의 수입물가가 하락한 것 역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내림세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물가 상승의 또 다른 축인 국제 곡물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40.9로 전월보다 8.6% 내렸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로써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고점을 찍은 뒤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가 이처럼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미 연준이 통화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 오는 9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에 무게를 두던 미국의 금리 선물시장은 0.5%포인트의 빅스텝을 유력하게 보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서비스 물가, 뜨거운 고용시장, 가파르게 오르는 임금 등은 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앞서 명확한 물가 하락의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통화긴축의 속도와 폭을 당장 낮추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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