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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현대인의 대표적 간편식이다. 진하고 고소하면서 칼칼한 맛을 자랑하는 한국 라면은 해외에서도 최고의 인스턴트 음식으로 꼽힌다. 북한주민들 역시 라면을 아주 좋아한다. 라면 1개당 쌀 1근 값(북한돈 3000원 내외)이라 쉽게 못 사먹을 뿐이다. 더구나 한국 신(辛)라면은 북한에서 귀한 음식에 속한다. 한번 맛보면 그 강렬한 미각의 추억을 잊기 어렵다. 나중에서야 남한 제품인 줄 알고 충격받는 경우도 있다.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중국의 ‘라몐’(拉麵)에 일본적 풍미가 더해지며 ‘라멘’이 됐고 나아가 인스턴트화 한다. 인스턴트 라멘은 1958년 대만 출신 일본인이자 닛싱식품 설립자 안도 모모후쿠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면을 튀겨 분말스프를 더한 치킨라멘(チキンラㅡメン)이 끓여 먹는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 나아가 라면의 대명사가 됐다. 라몐, 그것을 리메이크한 라멘과 다른, 인스턴트 라면의 시대가 열렸다. 인스턴트가 자리잡자 기존의 라멘은 ‘나마(生)라멘’으로 구분해 불리게 된다.

1963년 일본과의 경제협력 흐름 속에 우리나라 토종 1호 라면(삼양)이 출시됐다. 초기엔 신통치 않은 반응이었으나, 1970년 이후 매출액이 급성장한다. 북한에선 70년대 말 일본 조총련계 사업가와의 합작으로 인스턴트 라면이 처음 생산되기 시작했다. 튀겨서 건조시킨 ‘꼬불꼬불한 면’, 그래서 ‘꼬부랑국수’라 불렀다. 당시 면발은 일반 국수와 별 차이가 없었고 양념스프 없이 상자에 포장돼 나왔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그마저 평양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만 공급됐다.

‘꼬부랑 국수’라는 속칭 이후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해서 ‘즉석국수’, 빨리 먹어치울 수 있다며 ‘속도전 국수’로도 알려졌다. 봉지라면은 ‘봉지 즉석국수’, 컵라면은 ‘그릇 즉석국수’라 한다. 북한의 장마당(시장)·길거리매대(이동식 판매점) 등의 라면은 대부분 수입품이다. 양강도나 함경북도 등 국경 지방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을 통해 넘어온 라면을 먹어 왔다. 북한에선 영양 보충을 위해 기름기 많은 중국 라면을 선호한다. 초기 북한제 라면이 인기 없던 이유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 드디어 부드러운 면발과 감칠맛 스프의 ‘대동강즉석국수’ 등이 등장했다. 이어서 나온 ‘새우맛 즉석국수’는 삼삼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그러나 역시 북한주민들에겐 한국 라면 또는 중국에서 만든 ‘짝퉁 신라면’인 ‘辛辣麵(신라몐)’이 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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