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제기한 국제투자 분쟁에서 우리 정부가 약 28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이 나온 가운데 법조계에선 대응이 탄탄했다는 반응과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연합
론스타가 제기한 국제투자 분쟁에서 우리 정부가 약 28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이 나온 가운데 법조계에선 대응이 탄탄했다는 반응과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연합

론스타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다. ‘외로운 별’이라는 이름 자체가 텍사스의 주기(州旗)에 새겨진 한 개의 별에서 온 것이다.

이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는 미국의 교원연금·대학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 국제금융기구, 석유 재벌 등 개인 부호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폐쇄형 펀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자자들은 공개되지 않는다.

론스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우리나라에 진출해 자산관리공사 등으로부터 매입한 부실채권을 되팔아 이익을 거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외환위기 이후 자금난을 겪는 국내 기업과 부동산도 사들였다. 극동건설과 서울 역삼동 I-타워 등이 대표적이다.

론스타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우리 정부는 당시 외환위기 충격에 카드대란까지 겹쳐 부실이 한계에 이른 외환은행의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제의를 받은 국내 시중은행들은 물론 해외 금융기관도 선뜻 인수에 나서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3년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바로 론스타였다. 론스타는 같은 해 10월 1조3834억원을 들여 지분 51%를 확보,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됐다.

하지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직후부터 대주주 자격 등을 놓고 적법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은행법은 비금융 부문의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산업자본이 은행의 주식을 10%, 의결권 있는 주식은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예외 규정인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적용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부실 판정의 주요 근거는 외환은행으로부터 받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추정치 6.16%였다.

당시 정부는 BIS 비율이 정상 기준인 8%에 미치지 못하는 부실 상태인 만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는 2003년 말 외환은행의 실제 BIS 비율이 9.32%였다면서 불법·졸속·헐값 매각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 1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다시 시장에 내놨고, 3월에는 국민은행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헐값 인수 논란과 관련해 검찰 수사와 감사원 조사 등으로 협상이 표류하자 론스타는 국민은행과의 지분 매각 계약을 파기했다.

이듬해인 2007년 9월에는 홍콩상하이은행( HSBC)이 외환은행 지분 51%를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하고, 12월 금융위원회에 지분 인수 승인까지 신청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대한 법정 공방 속에 승인이 미뤄지고, 금융위기까지 겹쳐 외환은행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HSBC도 1년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론스타는 2012년 2월 하나금융지주에 지분 51%를 3조9157억원에 넘기고 우리나라를 떠났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4조7000억원의 배당 및 매각 이익을 챙겼다는 추산이 나오자 ‘먹튀’ 논란도 불거졌다.

론스타와의 악연은 여기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론스타는 같은 해 11월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를 통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46억795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 지연으로 HSBC에 5조9376억원을 받고 팔아야 할 지분을 결과적으로 3조9157억원에 매각한데다 국세청의 자의적 과세로 손해를 봤으니 물어내라는 것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고 3195억원의 양도소득세를 원천징수당했는데, 이 세금을 돌려달라고 국세청에 청구하기도 했다.

론스타와의 국제투자 분쟁이 10년 만에 일단락됐지만 국경을 넘은 ‘쩐의 전쟁’은 여전히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 소송은 총 10건이다. 이 가운데 론스타 사건을 포함해 4건은 종료됐고, 6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2018년 7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7억7000만 달러(약 1조378억원) 규모의 ISDS 소송이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가 ISDS 소송에서 패소해 수천억원대의 배상금과 이자를 지급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론스타 사건에 대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국제투자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분쟁 사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치밀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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