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노조의 투쟁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
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노조의 투쟁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이 불어나고, 성장 잠재력도 추락하기 때문이다.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이는 기존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이들의 양보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공적연금 개혁이다. 역대 정부 역시 공적연금 개혁을 외쳤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그 사이 공적연금은 갈수록 ‘밑 빠진 독’이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4대 공적연금에 들어가는 정부 재정은 9조8513억원으로 올해의 8조7106억원보다 11.6% 늘어난다. 1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것이다.

공적연금에 재정 투입이 늘어나는 것은 공적연금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대 공적연금 중 공무원연금은 올해 3조730억원의 적자에 이어 내년에도 4조6926억원의 적자가 난다. 같은 기간 군인연금 적자는 2조9076억원에서 3조789억원으로 증가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관련 연금법에 따라 쓰이는 의무지출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악화에도 정부가 재정 투입을 제어하기 어렵다. 사학연금의 경우 정부 지원이 없으면 2025년부터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발등의 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단행했지만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로 적립금 고갈 시기가 30년 후로 바짝 당겨졌다. 윤석열 정부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이자 ‘뜨거운 감자’인 공적연금 개혁에 본격 나선 이유다.

새 정부의 공적연금 개혁은 투 트랙으로 추진되고 있다. 첫째는 기초연금과 연계해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둘째는 국민연금과 직역연금(職域年金)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직역연금이란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입 대상인 연금을 말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출액이 더 많아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만큼 보험료나 지급액 기준을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맞추자는 것이다.

새 정부가 기초연금과 연계해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기초연금 지급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한 국민연금 수급자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받는 일종의 ‘복지수당’으로 전액 세금으로 충당한다. 지난 2014년 시행 초기 기초연금은 월 20만원 수준이었고, 대상자는 435만명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건이 완화돼 대상자는 올해 628만명까지 늘어났고, 연금액도 커졌다.

새 정부 역시 기초연금을 현행 30만7500원에서 내년 32만2000원으로 올리고, 최종 40만원까지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월 40만원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젊을 때부터 매달 11만7000원씩 최소 20년 이상 꼬박 납입해야 받을 수 있는 액수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오히려 실(失)이 되는 까닭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30% 계층의 국민연금 수급액보다 소득 하위 70%의 기초연금 수급액이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100%로 늘리거나 아니면 대폭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는 재정 여력이나 기존 기초연금 수급자의 반발 등 어느 쪽을 선택해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통합도 난제다. 이미 고갈됐거나 조만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역연금을 그나마 상황이 나은 국민연금과 통합해 운용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직역연금 가입자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년 간 군복무를 하면 퇴직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수급 연령이 국민연금처럼 65세로 밀릴 가능성이 있는 군인들의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지만 짊어져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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