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면서 대출이 1년 새 14% 이상 늘어났다. 특히 은행이 아닌 2금융권에서도 자영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해 이들의 부채는 887조6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늘었다. 이 같은 대출 증가 속도는 전체 가계대출의 10.0%보다 빠른 것이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은 평균 3억5000만원으로 비(非)자영업자의 9000만원 대비 4배에 육박한다.

업종별 증가율은 도소매(12.7%), 숙박음식(11.8%), 여가서비스(20.1%) 등 대면서비스 부문에서 높았다.

자영업자는 올해 3분기 현재 578조1000억원을 은행, 309조5000억원을 비은행권에서 빌린 상태다.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9.8%로 은행권 대출 증가율 11.3%를 크게 웃돌았다.

자영업자의 대출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매출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올해 10월 기준으로 숙박음식업과 여가서비스업의 생산지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과 비교해 89.8%, 72.8% 수준이다. 다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 현재 0.19% 수준에 머물렀다.이는 금융지원의 영향인데, 지금 당장 연체율이 낮더라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잠재 위험이 크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자영업자의 대출 가운데 부동산담보대출의 비중은 69.3%로 비자영업자의 55.7%보다 높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도 취약해진다는 뜻이다. 더구나 자영업자의 대출 가운데 상환 부담이 큰 일시상환 대출이 45.6%, 만기 1년 이내 대출이 69.8%에 이르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 변이 발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갈수록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