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13년 5개월 만에 1,380원대를 뚫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13년 5개월 만에 1,380원대를 뚫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13년 5개월 만에 1380원대를 뚫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388.4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의 장중 연고점은 지난달 31일부터 6거래일째 경신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30일의 1391.5원,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같은 해 4월 1일의 1392.0원 이후 가장 높다. 장 마감 직전 한국은행은 "최근 원화 약세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도 "대외건전성은 양호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주요 대외건전성 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했을 때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경상수지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2년 7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3개월 연속 흑자지만 흑자 폭은 전년 동월의 77억1000만 달러보다 85.9%인 66억2000만 달러나 줄었다.

그동안 정부는 무역수지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247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의 417억6000만 달러에 비해 40.6%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줄거나 적자로 돌아서는 것은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7월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비중이 가장 큰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7월 상품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67억3000만 달러 급감해 11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지난 2012년 4월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상품수지는 재화의 수출입 격차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무역수지와 비슷하다. 집계 방식이 달라 결과적으로 액수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지난달 94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의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반영하듯 상품수지도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경상수지 흑자가 더 줄어들거나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기외채 비율 역시 10년 만에 40%를 넘어서는 등 대외건전성을 따져볼 수 있는 다른 지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단기외채는 1년 이하 만기로 외국에서 빌려온 대외채무다. 지난 6월 말 기준 단기외채 비율은 41.9%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79.4%보다는 낮지만 지난해 말의 35.6%와 비교하면 6.3%포인트 늘어났다. 지난 10년 평균인 33.8%도 웃돈다.

대외지급결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줄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도 7월 대비 21억8000만 달러 줄었다. 올해 들어서만 267억 달러 감소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기준 4364억3000만 달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3400억 달러가량 미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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