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주요 당직자 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당 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당내 혼란으로 주위를 살피며 자세를 낮췄던 차기 당권 주자들도 다시 당권경쟁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이준석 전 대표의 윤리위 징계로 발생한 당내 혼란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가로막혀 ‘주호영 비대위’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진석 새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비대위 시즌2’ 출범이 가시화됐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당내 혼란의 종식을 앞두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내에서는 당 내홍을 완전히 가라앉히기 위한 방법으로 차기 전당대회 개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낸 김기현·안철수 의원들이 일단 몸풀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두 의원은 21대 하반기 국회 개원과 함께 공부 모임과 토론회를 잇달아 열고 행사 때마다 의원 수십명을 모으며 세를 과시하는 등 당권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당 내홍의 책임을 지고 5개월 만에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잠시 휴식 기간을 거쳐 차기 전대에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원외 인사로는 나경원 전 의원과 현재 내각 소속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및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대위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면 주자 간 이해득실과 맞물린 전대 개최 시기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및 신임 원내대표 등 당내 의견을 두루두루 수렴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전대를 빨리할수록 좋다며 연내 개최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의원은 구체적 시기를 점찍기보다는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제대로 잘 치르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권성동·권영세·원희룡 등 잠재적 후보군도 현재 입지상 전대를 굳이 서둘러 개최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약자와 미래가 함께하는 민생의 장으로 만들겠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어떤 불의에도 타협하지 않고 엄정한 법 집행으로 민생의 가치를 지키겠다.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한 정쟁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정진석 비대위 및 당헌 개정 전국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오는 14일 법원 심문에 들어가면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만일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 상황과 마찬가지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다면 당은 또다시 대혼란에 빠지고 3번째 비대위가 아닌 조기 전당대회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 높아진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황정수)는 오는 14일 오전 11시 이 대표가 제기한 전국위원회의 당헌 96조 개정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과 정진석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효력정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의 심문을 진행한다.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이 앞서 법원의 가처분 인용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이의신청도 이날 다뤄진다. 이 대표는 지난 1차 가처분 심문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날 법원에 직접 출석해 소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진석 비대위가 정상적으로 출범하지 못하더라도 조기 전당대회는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앞서며 차기 당권 주자들의 경쟁 구도가 조기에 가시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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