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최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내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자칫 한 장관을 ‘제2의 윤석열’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직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한 장관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귀)’을 시행하자, 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강성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에서 처음 제기한 ‘한 장관 탄핵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을 겨냥해 "해임 건의를 넘어서서 탄핵까지 해야 한다"며 "시행령 정부나 형식적 법치주의라는 가짜의 옷을 입고 정치적 욕망을 숨겨놓고 있는 것에 대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달 29일 YTN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한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론하며 "탄핵의 요건들을 한동훈·이상민이 차곡차곡 스스로 쌓아가고 있다"고 탄핵론을 꺼내들었다.

이 같은 민주당의 ‘한 장관 탄핵론’은 ‘검수원복’ 시행령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은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을 ‘부패·경제 등’으로 한정했다.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를 제외했다. 그런데 한 장관은 ‘등’을 근거로 ‘부패·경제’를 폭넓게 해석해 시행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 선거·공직자범죄 일부를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되살렸다.

민주당은 또 ‘한 장관 탄핵론’의 주된 원인으로 태도를 꼽고 있다. 김 의원은 한 장관을 해임 건의해야 한다는 당내 주장과 관련해 "법사위에서 한 장관 발언이나 답변 태도를 보면 최소한의 예의나 회의 규칙조차 따르지 않으려 한다"며 "의원이 개인 신상발언을 하는데 장관이 끼어들어 의사를 방해하는, 정말 기본적인 규칙조차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는 한 장관이 국회에서 민주당의 공세에 맞대응하는 모습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 장관의 전임 법무장관인 박범계 의원이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해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시행령을 가지고 수사권을 오히려 확대하는 개정안으로 만들었다"며 "부패 범죄 안에다가 직권남용을 집어넣고, 경제 범죄 안에다가 마약 범죄를 집어넣는 이런 꼼수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진짜 꼼수라면, 위장 탈당이라든가 회기 쪼개기 같은 그런 게 꼼수 아니겠느냐"라고 맞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한 장관의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실제로 탄핵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유는 현재 한 장관이 여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철저한 준비 없이 바로 탄핵 카드를 꺼낼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여권 대선주자로 떠오르게 한 과거 민주당의 치욕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 2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장관은 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 장관을 향한 탄핵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 핍박이나 복수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그의 차기 대권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현재 민주당은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카드를 쉽사리 꺼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향후에도 한 장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탄핵 거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국회 법사위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민주당에서 탄핵한다고 하시니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하면서 헌법 절차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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