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의 대안 백신인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사진)’와 치료제로 쓰이는 경구용 천연두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의 선진국 쏠림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
원숭이두창의 대안 백신인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사진)’와 치료제로 쓰이는 경구용 천연두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의 선진국 쏠림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

전 세계 원숭이두창 감염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돈 많은 선진국이 백신과 치료제를 싹쓸이하면서 개발도상국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까지 공식 보고된 원숭이두창 확진자수는 102개국, 5만70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도국이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를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 크지만 그나마 생산되는 물량을 북미·유럽 등 선진국들이 돈질을 통해 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때와 같은 국가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확진 사례의 10%에 해당하는 570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자체적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WHO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다. 인구당 확진자수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인 페루와 수년 전부터 감염이 보고된 중앙·남아프리카 국가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특히 일부 개도국의 경우 원숭이두창의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역량조차 부족해 정확한 확진자수 파악도 힘든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제약업계에 의하면 원숭이두창은 전용 백신이 따로 없다. 때문에 약 85%의 예방 효과가 확인된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 노르딕의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유럽 제품명 임바넥스)’가 대안 백신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제조사가 당초 보유했던 1600만 도즈 중 1500만 도즈를 미국이 차지했다. 나머지 100만 도즈도 원숭이두창 발병이 본격 확산된 지난 5월께부터 캐나다, 호주, 유럽 국가들이 발 빠르게 구매를 마쳤다.

반면 지금껏 진네오스의 구매나 주문에 성공한 아프리카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미 국립보건원(NIH)이 진네오스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임상시험을 진행한 곳이 아프리카 콩고였음에도 정작 현지인들이 접종할 물량은 없는 아이러니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비싼 백신 가격도 개도국의 원활한 백신 확보를 막는 요인이다. 실제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은 미국 등 부유국들의 진네오스 구매가격을 도즈당 110달러로 추정한다. 가난한 개도국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바바리안 노르딕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해 진네오스의 가격을 동일하게 받고 있으며 대량 구매 시에만 일부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치료제로 활용되는 미국 시가테크놀로지스의 경구용 천연두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의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캐나다가 계약한 바로는 환자 1명의 치료에 필요한 물량의 가격이 920달러나 된다.

이로 인해 WHO의 미온적 행보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월 23일 원숭이두창을 대상으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진단검사 기기와 백신·치료제 공급 등에서 이렇다 할 대응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비영리기관 프렙포올(PrEP4All)의 창립자 제임스 크렐렌스타인은 최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에도 불구하고 WHO의 지침이 명확하지 않다"며 "확산에 대응할 도구에 대한 아무런 지침 없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건 신중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원숭이두창의 대안 백신인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와 치료제로 쓰이는 경구용 천연두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의 선진국 쏠림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
원숭이두창의 대안 백신인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와 치료제로 쓰이는 경구용 천연두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의 선진국 쏠림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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