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파나마시티에 위치한 파나마 대통령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과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
사진은 파나마시티에 위치한 파나마 대통령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과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 참석과 ‘2030 부산 국제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위해 16일 영국을 방문하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펩리스) 전문 업체인 ARM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시스템 반도체의 가장 핵심적인 설계 자산(IP)을 판매하는 업체다. 전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90% 이상이 ARM 설계를 이용할 정도로 영향력은 막강하다. AP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인데, AP를 만들기 위해서는 ARM의 설계 자산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애플, 퀄컴,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ARM의 고객사다.

지난해 ARM의 매출은 27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고객사로부터 받은 라이선싱과 로열티 수익 덕분이다. 지난해 ARM의 라이선싱 수익은 1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로열티 수익도 15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독자 개발한 AP인 엑시노트를 시장에 내놨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엑시노트의 시장 점유율은 7.8%에 불과하다. 발열·전성비(소비전력 대비 성능)·신뢰도 측면에서 경쟁업체보다 밀리는 탓이다.

이 부회장의 영국 방문에 관심이 쏠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분야의 공룡 ARM을 품게 되면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날개를 달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ARM의 인수·합병(M&A)이 메모리 분야에 쏠린 반도체 매출의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경제 상황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경향이 있는데, 시스템 반도체는 적용 분야가 광범위해 경기 변동에 크게 영향받지 않다는 이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P 설계 역량을 확보하는 것으로도 반도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ARM 인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를 들여 ARM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과 영국 정부가 각각 독과점, 기술 유출에 따른 경제 안보 문제를 들어 무산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400억 달러가 넘는 몸값도 큰 걸림돌로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물로 나온 ARM을 두고 삼성전자, 인텔, 퀄컴 등 반도체 공룡 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체 간 컨소시엄 형태로 ARM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러 국적의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면 자금 부담을 덜면서 독과점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ARM 인수에 가장 큰 변수는 영국 정부다. ARM은 영국이 자국의 핵심 기술기업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현재 ARM의 소유주는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지분 75%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25%의 지분도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비전펀드가 소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ARM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소프트뱅크에 런던증시 상장 등 여러 방안을 제시하며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올해 2분기 32조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위기 상황에 놓여있어 어떠한 형태든 처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삼성전자가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실현할 것이라는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120조원에 이른다는 사실도 삼성전자의 ARM 인수 기대를 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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