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열
정창열

유엔총회는 지난 12월 16일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은 2005년 이후 이번 결의안을 포함해서 17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왔지만, 북한 인권 상황은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 당국은 "우리 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이를 거부한다", "북한에는 인권 문제가 존재하지 않으며, 결의안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이중잣대의 결과물" 등 적반하장식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유엔은 북한이 1차 핵실험(2006.10.9)을 실시하자 안보리 결의 제1718호(2006.10.14)를 통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과 대량 살상무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라고 명시하면서 대북 경제 제재를 결의했다. 이후 유엔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때마다 제재의 강도를 높여 왔다. 하지만 북한은 오불관언(吾不關焉)하고 핵 능력을 계속 강화하여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기하기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우려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과 ‘김정은 핵’이라는 북한발 문제에 대해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진단’과 그에 따른 ‘잘못된 처방’의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대, 어디서 왔는가? (Woher sind Sie?)’는 가장 기본적인 철학적 질문의 하나이다. 마찬가지로 ‘북한 체제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해야만, 북한 인권과 김정은 핵이라는 난제에 대한 해법과 그에 상응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북한 체제의 본질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피의 숙청으로 권력을 장악한 김일성이 이른바 「백두혈통」의 영구 집권을 위해 절대권력을 세습하는 체제’다. 그러나 권력의 부자 세습은 마오쩌둥마저 부정적이었을 만큼 여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단적인 체제다. 이는 북한이 결코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요컨대 정당성이 결여된 정권이라는 것인데, 당사자인 김씨 일가는 ‘다모클레스의 검(劍)’의 일화를 연상할 만큼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북한의 권력자를 위협하는 세력으로는 우선 백두혈통을 제외한 북한의 모든 구성원을 꼽을 수 있다. 70여 년간 이어진 김씨 정권의 통치 아래에서 절대빈곤이라는 나락에 빠진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 심화, 비교 안목 형성, 또는 외부 세력의 개입 등 계기가 마련된다면 루마니아 국민이 차우셰스쿠 정권을 붕괴시킨 것처럼 정권에 반기를 들 것이다. 최근 북한이 비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을 강조하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 정권을 위협하는 두 번째 세력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존재이다. 독일 통일 당시, 동독의 경제력은 서독의 약 1/3 수준으로서 모든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독에 편입됐다. 경제 규모가 대한민국의 1/50에 불과한 북한 권력자로서는 ‘한국에로의 흡수통일’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전철인 것이다.

이런 위협 요인을 사전에 억제하고 부당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 ‘이통(二統) 정책’, 즉 대내적으로는 ‘주민 통제 강화’이고 대외적으로는 ‘무력 통일 추구’ 정책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의 부산물이 다름 아닌 ‘인권 탄압’과 ‘핵무기 개발’인 것이다. 이처럼 모든 북한발 문제는 김씨 정권의 세습체제를 영원히 유지하겠다는 탐욕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이를 명확하게 인식해야만 정확한 해법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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