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단행했다. 사면을 환영한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뒤에 숨은 문 정권의 전략을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한다. 헛다리 짚으면 안 된다. 박근혜·한명숙 사면, 이석기 가석방 뒤에 숨은 문 정권의 암수(暗手)는 무엇인가? 비유가 좀 뭣하지만, 문 정권이 문어 한 마리(박근혜)에 쭈꾸미 두 마리(한명숙·이석기)를 끼워 팔았다는 보수진영 판단은 큰 착각이다. 이 조치 핵심은 박근혜가 아닌 이석기다.

이석기 만기출소는 1년 5개월이나 남았다. 이석기가 내란선동에 대한 개전(改悛)의 정(情)이 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으니, 가석방은 분명히 무리한 법적 관용이다. 왜 그랬을까? 간단히 말해, 이석기 가석방은 청와대가 북한에 보낸 ‘남북대화 재개 촉구 신호용’이다. 미국·중국은 종전선언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청와대는 말해왔다. 북한은 하노이회담 이후 남북대화를 닫았고, 남측이 제안한 종전선언도 아직 가타부타 답이 없다. 남북대화 50여년 역사상 북한이 ‘맨입’으로 요구를 들어준 사례가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석기를 먼저 석방하여 북한에 ‘부디 대화의 문을 열어주소서’라며 간청하는 것이다.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김영남·김여정·최휘·리선권 등 북한대표단 방남 당시,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따로 만났다. 이 지사에게 이석기 석방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압박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경기동부연합 등 친북단체의 이석기 석방 시위가 잇따랐고, 청와대가 이석기 사면 가능성을 계속 타진해왔다는 사실은 알려진 그대로다. 따라서 이번 박근혜 사면은,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보수진영 갈라치기는 일면에 불과하고 남과 북, 이재명 후보 진영과 친문 진영이 이석기 석방을 계기로 합쳐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벌써 ‘윤석열 후보 교체론’이니, ‘박근혜 정치 참여론’이니 하는 무식한 견성(犬聲·개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윤석열 후보가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모두가 대동단결하여 정권교체부터 하는 것이 배타적 우선이다. 이번에도 보수진영이 박근혜 탄핵처럼 또 헛다리를 짚으면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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