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강자 없는 극장가에 한국영화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가장 선두를 치고 나가는 영화는 ‘공조 2’이고, ‘정직한 후보 2’ 에 이어 ‘인생은 아름다워’가 뒤따르고 있다. ‘공조 2’는 현빈과 유해진이 남북한 수사 공조에 나서고, ‘정직한 후보 2’ 라미란은 진실의 입을 틀어막느라 애쓰고, ‘인생은 아름다워’ 류승룡은 아내 첫사랑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아내 첫사랑 찾기 로드무비 '인생은 아름다워'.
아내 첫사랑 찾기 로드무비 '인생은 아름다워'.

☞아내 첫사랑 찾아라-‘인생은 아름다워’

내 아내(남편)의 마지막 소원은 무엇일까. 한번도 궁금해 보지 않았던 남편(아내)이라면 늦기 전 한번 물어볼 것을 권한다. 누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강진봉(류승룡)은 어느날 아내 오세연(염정아)의 폐암 선고를 듣는다. 그걸 이렇게 전해준다. "너 담배 피워? 폐암이래." 슬픔의 위장이다. 남은 시간은 두 달이란다. 매일 비타민과 도시락을 챙겨주는 고3 아들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하고, 중학생 딸은 짜증만 내고, 남편은 무뚝뚝하다 못해 매정하다. 이것이 세연의 현재다. 현재처럼 미래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세연은 다르다. "내 마지막 생일 소원. 내 첫사랑 찾아줘." 진봉에게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내민다. 무리한 그러나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다. 두 사람은 30년 전 첫사랑 이름 석 자와 나이만 가지고 무작정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찬란했던 자신들의 추억과 마주한다.

내용은 단순하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음악과 풍경이다. 두 사람이 출발한 서울에서 세연의 고향 목포-부산-청주-땅끝마을 보길도까지 전국의 다채로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70년부터 2000년대까지 유행했던 대중음악이 진봉·세연의 이야기를 따라다닌다. 신중현의 ‘미인’,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토이의 ‘뜨거운 안녕’ 등에 맞춰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보는 재미를 준다.

영화는 한국영화 처음으로 쥬크박스 뮤지컬을 표방한다. 할리우드 영화 ‘라라랜드’나 ‘맘마미아’를 생각하면 된다. 최국희 감독은 "뮤지컬이란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펼쳐지는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를 만나기도 하고 상상의 세계를 담기도 한다"고 연출 포인트를 전한다.

뮤지컬 영화는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확연히 나뉘는 장르다. 노래 가사를 대사처럼 주고받는 컨셉이 내용을 풍성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몰입을 방해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 높고 바람 좋은 이 계절에 오랜만에 아내(남편) 손 깍지끼고 집을 나서 보자. ‘있을 때 잘해’는 언제나 맞다.

전편에 이어 타티틀 롤을 맡은 주상숙 역의 라미란.
전편에 이어 타티틀 롤을 맡은 주상숙 역의 라미란.

☞거짓말 못하는 정치인-‘정직한 후보 2’

‘정직한 후보’1편은 2020년 개봉했다.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던 작품이었다. 느와르성 강한 이야기들이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미디영화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의 반응이 일어났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있어 시의적절한 풍자가 입소문을 탔다.

이야기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상숙은 거짓말이 제일 쉬운, 정치적 속물이다. 그런데 청천벽력. 하루아침에 거짓말은 1도 할 수 없는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던 주상숙은 입만 열면 터져 나오는 진실에 ‘입틀막’하느라 바쁘다. 주상숙이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자신의 입으로 내뱉는 ‘셀프 디스’는 가장 큰 웃음 포인트다. 영화는 152만 명을 동원하며 2편이 만들어질 것을 예고했다.

2022년 ‘정직한 후보 2’는 주상숙(여전히 라미란)이 다시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전개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져 백수가 된 주상숙이 우연히 바다에 빠진 청년을 구하며 뉴스를 타고 화려한 복귀를 한다. 하지만 정직할수록 지지율은 바닥을 친다. 안되겠다, 내 최고 무기는 역시 거짓말이야 하고 예전의 뻥쟁이로 돌아간 순간, ‘진실의 주둥이’가 다시 찾아든다. 이번에는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의 입까지 더블 진실로 열린다.

성공한 1편을 이은 속편 제작은 좀더 볼거리가 많아지고 좀더 화려해지기 마련이다. 제작비 투자도 많아지고 관심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직한 후보 2’도 마찬가지다. 타이틀 롤을 맡은 라미란의 연기는 더 커지고 코믹해졌다. 여기에 김무열·박두준 등이 가세해 코믹 강도를 높인다. 하지만 전편을 넘어섰는가 라는 질문에는 갸웃 한다. 1편을 보다가 코믹 포인트에 우하하하 웃었던 기억이 있었다면, 2편은 예상 포인트에 슬쩍 미세한 웃음에 그치고 만다.

1편에 이어 2편도 ‘시의적절한’ 부분은 있다. 최근 하도 많은 말들이 정치판에서 아니면말고 식으로 무책임하게 오가고 있다. 보고 듣기에 진저리가 쳐진다. 저들의 입을 닫게 하거나 아니면 정말 진실의 주둥이를 선물하고 싶을 지경이니까.

현빈, 유해진, 다니엘 헤니.
현빈, 유해진, 다니엘 헤니.

[작가가 본 영화] ☞코미디로 버무린 한미북 공조-‘공조 2’

‘공조 1’이 2017년에 개봉했으니 5년 만이다. ‘공조 2’는 전편처럼 한국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원을 잡기 위한 남북 공조수사에 대한 액션코미디다. ‘공조 2’의 관람 포인트는 현빈과 강진태, 유해진과 윤아, 다니엘 헤니와 진선규의 코믹연기다.

1972년생 이석훈 감독은 2012년에 ‘댄싱퀸’ 각본을 쓰고 감독했고, 2014년에 ‘해적’ 감독 각본, 2015년에 ‘히말라야’를 각색·감독했다. 이 영화들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믿고 보는 이석훈 감독이기에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좌파 코드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공조’는 반미코드가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소재다. 그 말은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편향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한·미·북 3국의 공조가 이루어지고, 미국 FBI수사관 다니엘 헤니가 우리 편으로 남을지 남한의 뒤통수를 칠지 주목했다. 역시 믿고 보는 이석훈 감독이었다.

액션코미디는 캐릭터 연기가 생명이다. 웃음을 자아내는 익살스러운 연기는 재미를 주는 반면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긴장감과 재미는 서로 상극이지만, 만약 그 두 가지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면 최고의 영화가 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고 실제는 다르다. 전편에서 김주혁의 살벌한 연기나 현빈의 묵직하고 진지한 연기에서 팽팽한 긴장이 영화를 지배했다. 이에 반해 ‘공조 2’는 재미있긴 하지만 몰입도와 긴장감은 떨어진다. 영화는 그러한 핸디캡을 윤아의 코믹연기로 상쇄시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북한에서 온 악당 장명준의 캐릭터도 코믹했으면 어떨까 싶다. 주요 등장인물 모두 코믹한 캐릭터인데 딱 한 사람 장명준 역의 진선규 배우만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북한 출신 악당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거기까지 상상력이 미치지 못했을 터다.

‘공조 2’는 아이들이 보아도 좋겠다고 여겼는데, 등급을 확인해보니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언제나 그렇듯 영화등급은 좀 짜다. 야한 장면은 처음부터 없고 피 흘리는 잔인함도 없는 오락영화는 가족과 함께 달콤한 팝콘을 입안에 연신 넣으며 보아야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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