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 있는 특이한 카드 정책이 있다. 3년마다 당정 협의를 통해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카드는 또 다른 형태의 화폐다. 카드 화폐의 공급자는 카드회사이고, 사용자는 국민이다. 카드사용에 따른 수수료는 카드사용에 대한 시장가격이다. 본래는 카드사 간 수수료율 경쟁이 일어나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한국처럼 당정협의를 통해 민간의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 카드 시장엔 시장기능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미 사회주의다. 외국에서 카드 사용해 본 사람은 안다. 특정 카드로는 해당 카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카드사 간 경쟁이 작동하여 소비자와 가맹점을 유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떤 카드를 가졌든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가맹점에서 모든 카드가 결제 되도록 정부가 강제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드 시장에서 시장가격이란 것이 형성될 수 없다. 그러니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도 3년에 한 번씩 정해준다. 본래 이번 수수료율은 11월까지 결정했어야 했다. 대선을 앞두고 미적대다 본격적으로 대선 경쟁이 가동되니 이제야 결정한 모양새다. 문정부는 이제 카드 수수료율도 대선용으로 활용하려 한다. 자영업자가 600만명에 달하니, 표 되는 정책은 뭐든지 강구하려는 잔머리는 기가 찬다. 연매출 5억원 이하 업소는 세액공제를 받아 수수료 부담이 사실상 없으나, 영세자영자를 위한 정치라는 자리를 매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치권과 정권이 같이 수수료율을 결정한다는 것은 정치에 활용하겠다는 공공연한 자백이다. 카드회사도 우리의 금융산업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국민이다. 정치권이 선심 쓰듯 인하하는 수수료율은 결국 카드회사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대선이라고 해서 수수료율을 인하하면, 그 여파는 크다. 벌써 카드회사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카드회사 노조는 상복을 입고 시위를 한다. 사회주의식 정부개입은 결국 경제 혼란과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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