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장 중 1,44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18.4원 오른 1,439.9원 마감됐다. /연합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장 중 1,44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18.4원 오른 1,439.9원 마감됐다. /연합

지난달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4원 급등한 1439.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4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의 1488.0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이 치솟아 외환시장이 흔들리면 여파는 곧장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으로 전이된다. 1997년 우리나라가 겪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역시 첫 신호탄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었다.

환율이 급등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5%(54.57포인트) 하락한 2169.29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가 22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20년 7월 20일의 2198.20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3.47%(24.24포인트) 내린 673.87에 마감했다.

이 같은 연쇄 파급효과로 인해 환율은 한 나라 경제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종합건강지표’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우리나라에게 환율 불안은 큰 부담이다.

환율 불안에 따른 금융위기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적정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갖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사정이 악화될 경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등 급격한 자본이동으로 불안심리가 커질 때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이 39억4000만 달러까지 쪼그라든 경험을 갖고 있다. 외환보유액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셈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은 연간 수출액의 5%, 시중 통화량(M2)의 5%,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 투자금 잔액의 15%를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본다. 이 가운데 유동외채는 단기외채와 만기가 1년이 남지 않은 장기외채를 합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6810억 달러다. 국제통화기금보다 기준이 엄격한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액은 지금의 2배가 넘는 9300억 달러 수준이다. 외환당국은 올해 상반기 환율 방어를 위해 239억 달러를 매도,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다.

일반적으로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외부의 충격에 강하다. 하지만 ‘적정 규모’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최선의 대책은 아니다. 막대한 보유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의 비용이 들어가고, 외환보유액 대부분을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위주로 운영함으로써 수익성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통화스와프, 특히 달러라는 막강한 기축통화를 보유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 우리나라에 달러가 부족할 경우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 쓸 수 있다. 일종의 외화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원·달러 환율의 안정도 꾀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외화를 외환보유액으로 묶어두지 않고도 유사시에 급한 불을 끌 정도의 달러를 구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도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2회 갖을 정도로 한미관계 회복에 힘을 쏟은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후광효과를 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3월 19일 한미 중앙은행이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성과에 국민들이 든든함을 느낄 것’, ‘기축통화국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준 미국에도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기의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2021년 12월 31일 통화스와프 연장이 불발되자 자기 합리화에 나섰다.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이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배경으로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종료로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허언(虛言)으로 밝혀졌다. 특히 외환시장 불안을 잉태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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