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사간) 바라나시의 카시 비슈와나스 담 회랑에서 취임식을 하기 위해 도착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사간) 바라나시의 카시 비슈와나스 담 회랑에서 취임식을 하기 위해 도착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

인도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대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이 나날이 늘어가는 가운데 무슬림을 향한 공개적 무력 선동의 발언까지 나왔다. "우리 중 100명만 전사가 돼 200만명의 무슬림을 죽인다면 인도를 힌두 국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7∼19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하리드와르의 종교 행사에서 힌두교 단체 힌두 마하사바의 간부 푸자 샤쿤 판데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25일 인도 언론과 외신 등이 전했다.

"인도군은 왜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무슬림들에게 한 것처럼 하지 않나", "인도 군·정치인·힌두교도들도 로힝야족에게 일어난 일을 인도 무슬림들에게 가해야 한다. 경찰을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힌두교 지도자 프라나바난다 기리(Pranabananda Giri)역시 행사 마지막날(19일),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거론하며 "무력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군과 정부는 2017년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해 대규모 소탕 작전을 벌여, 75만여명의 난민이 당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바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경찰은 결국 지난 23일 수사에 착수했지만 소극적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기리나 사라스와티 같은 발언을 한 종교 지도자들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됐고, 지텐드라 나라얀 티아기라는 참석자 1명만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티아기는 얼마 전까지 무슬림이었지만 최근 힌두교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기소된 사람은 아직 없다.

당시 행사장에 인도인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선 지난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정부 집권 후 BJP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무슬림 등 소수민족에 대한 증오 범죄가 늘어나는가 하면,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폭력을 부추기는 SNS 동영상도 수시로 올라 온다. 저명한 이슬람 의원인 아사두딘 오와이시(Asaduddin Owaisi)는 트위터를 통해 "분명한 집단학살 선동 사례"라고 비판했다.

모디 정부가 집권당의 이런 공격과 증오범죄에 대해 공개적 또는 암묵적으로 지지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기독교인들 또한 최근 자신들을 향한 증오범죄와 공격이 늘고 있음에도 모디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 마디아프라데시주(州) 세인트 요셉 기독교 학교에 힌두 민족주의자 200명이 몰려와 학생들을 강제 개종시키고 있다며 돌을 던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BJP 정부는 최근 ‘강압적인’ 종교 개종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도입, 힌두교 이외의 종교에 압박을 더하고 있다.

인도는 이민국가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다양성을 가진 나라다. 법정 공용어가 22개나 되는 등, 수많은 언어·인종·문화가 공존한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인도는 종교적 관용을 표방한 ‘세속주의’를 견지해왔으나, 가속화되는 산업화 속에 빈부격차가 늘면서 국가 통합성은 도전받고 있다. 중국이 ‘반일·반미’ 애국을 강조하듯, 인도는 힌두 민족주의로 내부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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