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남극대륙' 각국 영유권 분쟁 다뤄...美-러-佛 등 열강 치열하게 선점 경쟁
1959년 이후엔 누구도 주인 될 수 없어...한국 실효지배 독도 문제 생각나게 해

쿠버빌 섬(Cuverville Island). 탐험선이 떠있는 해안과 빙설 위에서 놀고 있는 펭귄들, 남극의 적 풍경이다. /게티이미지
쿠버빌 섬(Cuverville Island). 탐험선이 떠있는 해안과 빙설 위에서 놀고 있는 펭귄들, 남극의 적 풍경이다. /게티이미지

지구상에 마지막까지 남겨진 미지의 대륙 ‘남극’ 탐험은 18세기에 시작됐다."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해안에, 바다는 얼음으로 꽉 막혔다. 위험을 무릅쓰고 소유할 가치가 있는 땅은 아니다." 남극대륙에 대한 최초의 평가였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했던 ‘거대한 남쪽 땅’을 찾아나선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은 1775년 처음 남극권을 돌파한 항해에서 돌아와 해군성에 이렇게 보고했다. 하지만 곧 그의 판단이 틀렸다는 게 드러난다. 그의 탐험 얘기가 널리 퍼지며 프랑스·러시아·미국 등이 치열한 영토 선점 경쟁을 벌였고, 바다표범·고래 잡이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앞다퉈 남극을 향해 몰려들었다.

데이비드 데이의 <남극대륙>이 번역돼 나왔다(미다스북스, 2021.12). ‘미지의 얼음대륙에 대한 탐험과 쟁탈의 역사 1775~2012’라는 부제의 이 책은 쿡 선장의 발견 이후 200여 년, 이 대륙에서 활약하다 사라져간 탐험가와 과학자, 이 땅을 독점하려 경쟁한 열강들의 역사를 담았다. 남극점 정복에 나섰던 영웅적 탐험가들, 비행사들, 선장과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군사행동·자원 채굴·영유권 선언을 금지한 1959년 남극조약 이후 남극대륙엔 어느 나라의 주권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나라가 그 일부를 자기 땅이라 주장하고 있다. 저자 역시 "수 세기 남극은 인간의 접근을 뿌리쳤으나 미래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남극 탐험으로 인해 기후 지식, 기상 변화에 대한 대처 가능성이 높아졌고, 인류의 삶에 편의가 늘었다. 남극은 세계인의 공동 자산으로 관리되며, 주권국가의 영토와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

지구촌 영토분쟁은 흔한 일이다. 역사적 정당성보다는 현실적 국력과 국제역학에 의해 졀정된다. 독도 역시 2차 대전 전후 처리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선수를 쳤고, 미국의 지지가 뒷받침되면서 대한민국의 실효지배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관계의 변화에 따라 이 문제는 어떤 곤경을 맞을지 알 수 없다. 한미관계가 예전같지 않음을 눈치챈 주변 강대국들이 벌써 독도 상공의 방공식별구역을 드나들어 충격을 준 바 있다. 데이의 <남극대륙>은 선진 강대국들에 의한 탐험의 역사, 공동 관리되는 남극을 통해 ‘주권국가의 영토문제’를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데이 저 ‘남극대륙’.
데이비드 데이 저 ‘남극대륙’.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