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듀대학 연구팀이 단 5분 만에 전기차를 완충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젖힐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 기술이 미래 우주탐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퍼듀대학 연구팀이 단 5분 만에 전기차를 완충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젖힐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 기술이 미래 우주탐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오너들의 최대 불편사항 중 하나로 꼽히는 충전시간 문제가 곧 해소될 전망이다. 충전시간 단축의 핵심 난제였던 고전류 이용 시의 과열 현상을 억제할 신개념 냉각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최대 1시간 이상 걸렸던 배터리 완충시간을 단 5분으로 줄일 수 있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 보급에도 날개가 달릴 것으로 기대된다.

◇돈 vs 시간=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는 올 8월말 현재 누적 33만7890대에 달한다. 반면 환경부가 밝힌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는 지난달 기준 14만5293곳에 불과하다. 많은 전기차 운전자가 충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다.

빈 충전기를 찾았더라도 스트레스는 있다. 긴 충전시간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를 모는 직장인 김현호 씨는 "집과 직장 주변의 충전기가 모두 100㎾급 이하라 완충에 1시간 넘게 걸린다"며 "전기가 기름값보다 많이 싸지만 아낀 돈만큼 시간을 지불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충은 귀향객이 몰리는 명절이나 휴가철에 극대화된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충전기 860기 가운데 30분 내 완충이 가능한 200㎾급 이상의 초고속 모델은 154기(18%)뿐이다. 이로 인해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 충전하기까지 몇 시간이고 휴게소를 떠나지 못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에서 관찰되는 전기차 전성시대의 공통된 풍경이다. 이를 빗대 ‘충전 난민’이란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과냉각 유동 비등=전기차 제조사들도 이 문제를 직시하고 다양한 초고속 충전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내연기관차의 주유시간과 견줄만한 5분 내 완충이다.

이론상 이를 달성할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전류, 정확히 말해 1400암페어(A)의 전류를 보내는 충전기를 만들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장벽이 하나 있다. 열(熱)이다. 전류가 도체를 흐를 때는 저항에 의해 열이 생기고 전류가 셀수록 열도 많아지는데 지금껏 1400A의 전류가 만드는 열을 잡을 충전기용 냉각기술이 없었다. 냉매의 양을 대폭 늘려도 되지만 이때는 충전케이블의 크기·두께·중량이 너무 커져 다룰 수가 없어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액체냉각방식의 효율을 극대화할 원천기술의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미국 퍼듀대학의 이쌈 무다와르 교수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액체가 가열되면 열기에 가까운 부분이 먼저 기화되지만 액체의 평균온도는 포화온도보다 낮게 유지되는 ‘과냉각 유동 비등(subcooled flow boiling)’이라는 현상에 기반한다. 냉매를 액체로 유지한 채 흡열반응을 통해 냉각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냉매가 액체와 기체라는 두 물질상태를 갖도록 함으로써 기존과 유사한 크기의 냉각장치로 10배 더 많은 열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520A에서 2400A로=이 기술로 제거할 수 있는 열은 최대 24.22㎾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전기차 업계의 목표치인 1400A를 훌쩍 초과하는 2400A의 전류까지 거뜬히 냉각할 수 있다는 게 NASA와 무다와르 교수팀의 판단이다.

무다와르 교수는 "현존 최고의 충전기라는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520A의 전류로 20분 만에 완충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번에 ISS에서 실험한 유동비등·응축실험(FBCE) 장치를 전기차 충전기에 채용하면 그보다 4.6배 빠른 충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팀은 미국의 완성차 메이커 포드와 손잡고 이의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 실증실험과 전용 충전기 개발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2년 안에 실용화 단계로 나아갈 가시적 성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NASA는 전기차에 더해 우주항공 분야의 쓰임새에도 주목하고 있다. 심우주 탐사선과 탐사 로버에 동력을 제공하는 핵분열 발전기, 달·화성 기지용 히트펌프 등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ISS에서의 실험을 지원한 것도 무중력·미소중력 환경에서 유동 비등 냉각 기법의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미국 퍼듀대학 이쌈 무다와르 교수(가운데)와 연구원들이 과냉각 유동비등(subcooled flow boiling)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 충전기용 냉각장치를 연구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5분 내 전기차 1대를 완충할 수 있는 1400암페어(A) 이상의 전류 공급이 가능하다. /퍼듀대
미국 퍼듀대학 이쌈 무다와르 교수(가운데)와 연구원들이 과냉각 유동비등(subcooled flow boiling)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 충전기용 냉각장치를 연구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5분 내 전기차 1대를 완충할 수 있는 1400암페어(A) 이상의 전류 공급이 가능하다. /퍼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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