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출 후 동남아에 머물던 때, 필자는 그 나라 잡지에 게재된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에 놀랐다. 남한은 어디나 불빛이 환한데 북한은 밤바다 같았다. 불빛은 평양지역에 조금 보일 뿐이었다. 반면 남쪽은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은 불야성이고 그 외 지역도 환했다. 바다조차 불빛이 많은 것이 이상했다. 고깃배들이 많이 몰려있어 그런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북한 쪽 바다는 불빛 한 점 없었다. 바다와 북한지역이 새카맣기 때문에 남한은 꼭 섬나라 모양새였다. 이웃 일본도 환했고 중국도 불빛이 많았다. 세상에 아무리 낙후해도 북한 같
언론사 기자가 소속된 신문·방송 울타리를 넘어 직접 뉴스의 초점이 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그런 케이스로 최근 두 기자가 있다. 지난해 5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편향적 보도에 항의해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던 KBS 이영풍 기자, 꼭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좌파 진영이 조작했던 검언유착 의혹 공격에 희생양이 됐던 채널A 소속 이동재 기자가 그들이다.공교롭게도 둘의 운명은 닮은꼴이다. 이영풍 기자 경우 당시 불공정 방송의 상징인 김의철 KBS 사장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국민 기자’로 떴다. 여의도 KBS 사옥을 에워싼 이영풍
몇 년 전부터 도시농부가 되었다. 처음에는 상황이 열악했다. 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물통으로 물을 실어 날랐고 차 트렁크에 삽, 호미, 물통, 비료를 싣고 다니며 농사를 지었다. 햇볕과 비를 피할 곳이 없었다. 나중에 수도를 연결하고 농막을 장만하니 너무 편했다. 수도는 농사의 생명줄이다. 농막은 비와 땡볕을 피해 쉬고 재충전하는 안전기지다.인생도 안전기지가 필요하다. 뿌리가 없는 동물은 평생을 먹이와 짝을 찾아 돌아다닌다. 떠돌다 다치거나 힘들면 동굴로 몸을 숨긴다. 도망쳐서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 곳, 그곳이 안전기지다.어릴 때는
총선 끝난 뒤 국민의힘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집권 여당의 그것이라 보기 어렵다.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순서는 당연히 있어야 하겠지만 지금 모습은 다음을 위한 차분한 복기가 아니라 우왕좌왕·지리멸렬·오두방정에 다름 아니다. 집권당이라면 좀 믿음직스러운데가 있어야지 호들갑을 떨어도 너무 떤다.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또 돈 들여가면서 낙선 인사하는 이유가 뭔가. 패자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가 유권자들의 다음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의석 숫자는 71석 차이지만, 득표율로 따지면 5
지난해 말이다. TV 종편에서 방영된 일본 엔카 여왕 미소라 히바리의 대표곡 ‘흐르는 강물처럼’ 등장은 작지 않은 문화사적 사건이었다. 한국 가수 김양이 그걸 멋지게 번안해 ‘그대라는 꽃’이란 이름으로 소화했던 것이다. 그 노래가 보여주듯 한일 양국의 정서는 정말 닮았다. 현재 유튜브에 올려진 그 노래의 조회수는 43만. 반응도 좋다. "그냥 펑펑 울었다"는 식이다.요즘 TV 예능프로 시청률을 견인하는 건 MBN ‘한일가왕전’의 활약이다. 트로트 한일전의 깃발 아래 두 나라 가수 각각 7명이 경연을 벌이는 중이다. 간혹 상대국의 노
북한 학교 입학과 전학제도는 남한과 무엇이 다를까. 먼저 입학제도다. 북한에선 중앙급 대학, 전문학교(전문대), 특수학교(금성중학교·제1중학교·외국어학원·체육학원 등)를 제외한 일반 학교들은 학교가 소재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입학 대상자다. 북한에서 일반 학교란 남한의 초중고에 해당하는 소학교와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 과정이다.소학교는 입학 나이가 되면 의무적으로 입학 등록을 해야 한다. 북한 유치원 과정 중 1년은 의무교육이므로 명단이 그대로 학교에 넘어간다. 특별한 사정으로 유치원에 다니지 않은 아이도 동사무소 자료를 학교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는 총 31개 칼리지가 있다. 영국 개신교 퓨리턴의 본고장답게 모든 칼리지에 교회인 채플이 존재한다. 다만 다윈 칼리지만은 예외다. 그 이유는 신의 창조론을 부정하는 다윈의 진화론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찰스 다윈이 의학도였고, 신학을 전공했으며, 평생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았다는 것이다.뜬금없이 다윈을 들고나온 이유는 인간의 상식과 양식, 마음과 영혼도 시대 변화에 맞춰 점진적으로 진화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지금까지 인류의 보편적 상식과 양식도 여러 형태로 진화해 왔다. 인
고양이는 참 매력적인 동물이다. 예쁘고 사랑스럽다. 눈도 동그랗고 발도 통통하다. 도도하면서 사람을 짐짓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유혹적이다. 앞발을 자유롭게 쓰니까 재주도 많다. 고양이 주인은 스스로 집사라고 부른다. 고양이가 앞발로 누르는 행동인 꾹꾹이에 감격한다.하지만 고양이는 맹수다. 성깔을 내는 모습을 보면 소름 끼친다. 표정은 표독스럽게 바뀌고 털은 곤두서고 통통한 발에 숨겨둔 칼날이 나오고 날카로운 이가 드러난다. 그 사랑스럽던 고양이인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필자는 고양이가 무섭다. 아마 어릴 때 발톱에 할퀸 기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비례의원 19명을 확보했다. 2020년 5월 29일 21대 국회 개원 하루 전날 양당은 합당했다. 이번에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역시 22대 국회 개원 전에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기형적 준연동형비례 선거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고, 위성정당임을 표방했으므로 당연한 수순이다.그러나 꼭 그 수순을 밟아야만 할까. 위성정당 만들 때 반드시 하나의 정당으로 합당하겠다는 약속을 한 건 아니다. 설령 약속을 했다 한들, 지금같이 그야말로 거
북한 김정은이 통일 지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통일 지우기가 그리 쉬울까. 아마 통일을 이루는 일 못지않게 어려울 것이다.통일은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숙원이었다. 다만 그 통일이 어떤 이념과 체제를 추구하는 통일인가는 또 다른 문제지만, 아무튼 통일 자체는 애국과 매국을 가르는 시금석이었다. 감히 누구도 지울 생각을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그런데 그 시금석을 김정은이 까부수며 공공연히 민족 반역죄를 저지른다. 북한 형법도 민족 반역죄를 가장 무거운 죄로 처벌하게끔 규정해 놓고 있다. 통일이 싫다거나 통일은 해서 뭐하냐
1990년대 교육부 장관을 지낸 김숙희 이대 명예교수를 오래간만에 한 신문 지면에서 만났다. 올해 87세인 그는 화가 잔뜩 났다. 김활란을 모독한 김준혁 민주당 후보의 막말 탓이다. "듣도 보도 못한 역사학자가 국회의원 후보라고 나와서 더러운 소리를 했다기에 내가 나섰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여성 혐오 그리고 머저리들의 열등감"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개탄도 했다.흥미로운 건 그가 이승만 파묘(破墓)를 주장했던 동양철학자 김용옥의 누나라는 점이다. 막상 그는 "꼴딱지 보기 싫어 안 만난 지가 오래됐다"면서 "지가 뭘 안다고 그러느
반지성주의는 전체주의를 향한 좌익 지식인의 배타성과 대중의 사회적 증오가 결합할 때 나타난다. 전체주의 속 집단정체성은 세뇌와 가스라이팅을 통해 대중을 확증편향시킨다.반지성주의에 빠진 확증편향은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키고, 스스로 허구적 진실 속 무아지경에 빠지도록 만든다. 일종의 샤머니즘에 가까운 굿타령에서 거대한 몸집을 가진 집단의 신과의 빙의가 일어난다. 그러니 그 어떤 사회적 연대와 개인적 성찰은 꿈도 꿀 수 없다.반지성주의자의 넘쳐나는 이기적 승부욕은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열광하고, 위선과 기만, 사기와 거짓말, 왜곡과 과장의
‘팔자대로 산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다. 대부분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비슷한 반응을 반복한다. 전에 한 실수를 후회하면서도 홀린 듯이 비슷한 결정을 한다.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감정을 나타낼지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인생이 정해진 경로대로 흐른다.이런 개인의 독특하고 일관성 있는 행동·사고·감정의 패턴을 성격이라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외적 특성이 포함된다. 성격(Personality)은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 ‘페르소나’(Persona)에서 기원한 말이다. 세상을 인지하고, 반응하고, 주변
1951년 10월 1일 영국의 더 타임스 지는 대한민국을 가리켜 "한국(전쟁)의 잔해 속에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자라는 것보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장미가 자라는 걸 기대하는 편이 한층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거두절미해서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쓰는 사람도 있었다. 대단히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적 번영과 자유를 얻고, 민주주의도 이뤄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내 손으로 직접 뽑아온
남한에서 애니메이션을 처음 보았을 때 한마디로 별로였다. 동물과 사람이 전부 괴이한 모습으로 그린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남한에 그림을 잘 그리거나 인형을 잘 만드는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늑대를 보면 커다란 눈이 툭 튀어나와 허공에 대룽거리고 입은 머리만큼이나 컸다. 내용을 보고 늑대인 걸 알지 괴물을 그려놓고 늑대라고 하니 기막혔다. 사슴이나 토끼 같은 착한 짐승도 얼마나 이상하게 그렸는지, 동물은 그렇다치고 사람도 외계인을 연상케 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그런 건 아닐 거고, 원래 그렇게 그리는 것이 애니메이
요즘 충청권이 들썩인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지역민들은 입을 모은다. 음울한 시대 이게 뭐지 싶겠지만, KBO 프로야구 얘기다. 만년 꼴찌 한화 이글스가 시즌 개막 이후 파죽의 7연승과 함께 구단 1위로 일어섰다. 맞다. 올해 한화는 이미 우승 후보다. 강팀 KT 위즈와의 주말 3연전, 그전 SSG 랜더스와의 3연전을 다 잡은 파괴력을 보라.투타 모두 막강하다. 타자의 경우 지난해 홈런왕 노시환에다 벌써 복덩이로 불리는 리그 최강의 외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도 무섭다. 게다가 한화는 투수 왕국이다. 류현진-문동주-페냐-산체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천신만고 끝에 나치 치하를 탈출했다.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낸 아렌트는 명저 에서 인간 본성과 연관된 전체주의 출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전체주의는 오랜 기간에 걸친 이념적 맹신과 허무주의에 입각한 폭력테러가 자행되는 사회 내에서 줄곧 발생해 왔다고 강조했다.특히 아렌트는 사회로부터 버려진 대중의 증오에서 전체주의 동기를 찾았다. 히틀러는 분노하는 버려진 대중 앞에 두 가지 먹잇감을 던져줬다. 하나는 제국주의가 성행하는 무법의 시대에 걸맞게 대중의 사회적 분노 표출에 법이
우리는 생각을 언어로 나타내지만, 언어를 사용해 생각한다. 생각은 사용하는 언어의 영향을 받고 사용가능한 단어는 생각의 한계를 결정한다.언어는 표현의 도구다. 특정 사건을 받아들일 때 사용된 단어에 따라 사건의 심각성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사람을 상대할 때나 상대의 삶에 영향을 주는 위치일수록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환자와 만나는 진료실에서는 비교적 정형화된 대화가 오가지만, 사용하는 단어가 중요하다고 느낀 적이 자주 있다. 무심하게 한 말 때문에 오해하는 경우가 꽤 많다. ‘부작용’과 ‘염증’은 그 예다.부
1983년 유럽연합법원에서 흥미있는 판결 하나가 내려졌다. 룩셈부르크가 원고, 유럽연합 의회가 피고로 맞붙은 재판이었다.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가 만들어질 당시, 회원국들은 조약에 따라 만들어지는 기관들을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 룩셈부르크 및 벨기에의 브뤼셀에 두기로 합의를 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회 본부는 스트라스부르에, 사무국은 임시로 룩셈부르크에 두게 됐다.사무국과 본부가 분리되어 불편을 겪던 유럽의회는 한곳으로 모아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의회의 모든 회의는 본부가 있는 스
남한에 와서 안보 현장 체험을 여러 번 했다. 얼마 전에도 백령도에 가서 천안함 폭침 현장을 봤고, 강원도 철원에서 철책선과 제2땅굴도 들어가 봤다. 또 군부대에서 군인들 생활관에서 하룻밤 자고 난생처음 군복에 철모까지 쓰고 철책선 순찰길을 군인들과 함께 걸어봤다.지난해는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한 양만춘함에 올랐고, 속초에서 독도에 가려고 아시아 최대 강습상륙함 독도함을 탔다. 썩 이전에도 오산공군기지와 평택에 있는 해군 제2함대 사령부와 전시된 천안함을 참관했다. 경기도 포천 훈련장에서 한미합동타격훈련도 관람했다.북한에는 안보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