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남한에 와서 안보 현장 체험을 여러 번 했다. 얼마 전에도 백령도에 가서 천안함 폭침 현장을 봤고, 강원도 철원에서 철책선과 제2땅굴도 들어가 봤다. 또 군부대에서 군인들 생활관에서 하룻밤 자고 난생처음 군복에 철모까지 쓰고 철책선 순찰길을 군인들과 함께 걸어봤다.

지난해는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한 양만춘함에 올랐고, 속초에서 독도에 가려고 아시아 최대 강습상륙함 독도함을 탔다. 썩 이전에도 오산공군기지와 평택에 있는 해군 제2함대 사령부와 전시된 천안함을 참관했다. 경기도 포천 훈련장에서 한미합동타격훈련도 관람했다.

북한에는 안보 현장 체험이라는 말이 없다. 민간인이 군사시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민간인이 군시설에 가볼 기회는 북한군 건군절 외에 거의 없다. 그것도 누구나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군민 관계를 공고히 할 행사 목적으로 지원 물품을 잔뜩 가지고 갈 인민대표로 뽑혀야만 갈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이 군시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는 군복무 과정이나 교도대(예비군) 훈련 때다. 여성의 경우 군복무를 하지 않으면 그 기회도 없다. 김일성·김정일 생일이나 건군기념일에 거리와 광장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열병식 때 무장장비를 볼 수 있지만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다.

북한은 가는 곳마다 군사기지들이 촘촘하게 있다. 거의 모든 산봉우리마다 고사포와 군부대가 있고 골짜기마다 병영이 있고 지하시설이 있다. 해안에는 철조망을 두른 위수구역이 너무 많아 민간인이 자유롭게 바다에 접근할 수 있는 구간이 매우 적다. 혹시라도 실수로 위수구역에 접근하는 경우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른다. 물론 남한도 군시설에 함부로 접근하면 위험하긴 마찬가지겠지만 북한만큼은 아닐 듯하다.

북한에서는 민간인이 실수로 군시설에 접근했다가 총에 맞아도, 총을 쏜 군인과 부대 관련 진상조사는 할지언정 처벌은 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초기 금강산 관광을 갔던 남측 관광객이 북한군 총에 희생된 것도 북한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멀쩡한 사람을 죽이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행태가 괘씸하나 원래 북한은 그렇게 생겨먹었다.

그래서인지 남한에 와서 처음에는 민간인들에까지 안보 현장과 군시설을 개방해 보여주는 것이 놀라웠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볼거리를 만족시켜주고, 국군의 막강한 전력을 직접 실감하게 한다. 군대와 국민이 함께 안보 환경을 굳건히 해가는 모습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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