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등 남북합의 언급도 사라져…작년·올해 SCM 공동성명 비교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한국시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미국 국방부 청사(펜타곤) 입구에서 의장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한국시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미국 국방부 청사(펜타곤) 입구에서 의장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지난해 12월의 직전 회의 공동성명과 비교해보면 표현이 단호해진 것이 특징이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 상황이 고려된 이번 공동성명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크게 달라진 남북관계와 국제정세를 보여준다는 평가다우선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기조가 지난해엔 '지속'·'유지'였는데, 올해는 '확대'로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공동성명엔 "한반도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지속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군사대비태세와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지속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평가했다"는 등의 표현이 담겼다.

반면 올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연합연습 및 훈련의 확대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문장으로 대체됐다.

지난해 공동성명엔 임기 말까지 종전선언을 추진하며 북한이 민감해하는 연합훈련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의 무력시위 강도가 지금만큼 심각하지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정상적인 훈련이 여의치 않은 시기였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미 국방장관이 '연합훈련 확대'를 공동성명에 담은 것은 북한이 연합훈련에 반발해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는 상황에서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전날에도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연장에 반발해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명의로 담화를 내고 "엄청난 실수", "현 상황을 통제불능의 국면에로 떠밀고 있다"는 등의 표현으로 위협하더니 야밤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또 지난해 공동성명엔 없었던 북한의 '전술핵 위협'이 '핵공격'이라는 표현과 함께 처음으로 등장했다.

양측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노력과 전술핵무기 사용 위협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특히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나온 남북합의에 대한 언급도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성명은 상당 분량을 할애해 2018년 판문점섬언과 평양공동선언,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9·19 군사합의 등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남북 군사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조치들이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 접경 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여견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종섭 장관이 "북한의 반복적인 방사포 사격 등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표현으로만 언급됐을 뿐이다.

성명에서는 국제사회의 신냉전 기류를 드러내는 변화도 있었다.

지난해 성명에서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간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항행과 비행의 자유 등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국제 규칙 및 규범 준수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표현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중국해 및 그 이원 지역을 포함한 모든 해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유지,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와 해양의 합법적 사용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언급됐다.

'남중국해'라는 구체적 지명이 등장하고 '규칙·규범'에서 '국제법'이라는 표현으로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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