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인조 유해진.
'올빼미' 인조 유해진.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것은 인조실록에 ‘세자의 죽은 모습이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는 한 줄. 이 한 줄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전개해 만든 팩션(fact+fiction)이다.

소현세자의 죽음을 소재로 한 궁중 미스터리로, 하룻밤새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다.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류준열)는 어의 이형익에게 그 재주를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경수는 낮에는 전혀 볼 수 없지만 밤에는 어렴풋이 볼 수 있는 주맹증이다. 그 무렵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한다. 인조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잠시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밤,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관련된 인물들의 민낯이 드러나게 된다.

‘올빼미’는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 안태진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다. 안 감독은 "4년 전에 주맹증이라는 아이템을 제안받았는데, 너무 흥미로워 시나리오도 쓰고 연출도 하게 됐다"고 한다. 왕 역을 맡은 배우는 유해진. 그는 그동안 친숙한 서민 또는 하층민을 주로 연기해왔다. ‘왕의 남자’에서도 육갑이 역을 맡았는데, 신분 초특급 상승이다.

‘올빼미’ 제작보고회에서 유해진은 "살다 살다 왕까지 다 해본다. 좋았다.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웃었다. 함께 연기한 류준열은 "눈이 안 보이는 연기를 하니까 평상시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눈 초점이 잘 안 맞아 한동안 멍 때리게 된다"며 직업병을 토로했다. 유해진과 류준열은 ‘택시운전사’(2017), ‘봉오동 전투’(2019)에 이어 세 번째 연기 합을 맞추고 있다.

계몽군주의 싹을 보았던 '비운의 왕세자'=소현세자는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던 비운의 왕세자다. 하지만 청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고관들과 접촉해 친분을 쌓았다. 끌려온 조선인들을 노예 시장에서 돈을 주고 구출하는 등 노블리제 오블리주를 실행했다. 소현세자가 볼모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계몽군주의 씨앗을 가지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같은 평판은 인조가 소현세자에 대해 편집증적 두려움을 가지게 된 단초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소현세자는 귀국한 지 3달도 못 되어 1645년(인조 23년) 돌연 세상을 떠났다. 조선왕조실록만 보면 독살로 추정되지만, 승정원 일기, 심양일기를 토대로 한 연구결과는 지병 악화로 인한 돌연사 가능성도 제기한다. 사망 원인은 여전히 명확히 판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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