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망치는 경찰' 이들이 못할 게 없다

이태원 참사 수사도 경찰 윗선 제외...소방당국 타깃 방향 선회
"한 총리 '경찰 혁신' 성공할 수 없을 것" 내부 회의론까지 일어
수사·정보·기획은 물론 대통령 경호까지 사조직 멤버들이 장악

한덕수 총리가 14일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사조직이 조직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
한덕수 총리가 14일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사조직이 조직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

한덕수 총리가 14일 "이태원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를 이번 주 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TF는 공동 위원장으로 이창원 한성대 총장과 조현배 전 해경청장을 내정했다. 하지만 이날 본지가 만난 경찰 내부 소식통은 "현재 경찰을 보면 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사조직이 조직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 경찰이 경찰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특수본은 지금까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용산경찰서만 조사하고 상급지휘기관인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14일부터는 수사 방향을 바꿔 소방당국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경찰 사조직 약 5000명…수사·정보·기획부터 대통령 경호까지 장악"

경기 남양주에서 만난 소식통은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구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전·현직 경찰들과 함께 사조직을 추적해왔다. 소식통은 "현재 경찰은 친노세력으로 시작된 사조직 출신과 호남출신이 양대 산맥"이라고 했다.

그는 사조직이 더 위험하다고 봤다. 소식통은 "현재 사조직 소속이거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경찰 간부는 5000명 안팎"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조직에 참여했던 사람이 조사한 수치다.

그는 "사조직 출신들은 현재 경찰의 수사·정보 분야보직을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수사 분야는 일선서 수사팀부터 과학수사까지 다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각 지방경찰청 기획부서와 마약수사, 대통령 경호부서까지도 사조직 출신들이 꽉 잡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소식통은 "경찰에서 실무책임자이거나 결재권한을 가진 간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간부는 거의 사조직과 연관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과 달리 경찰 본연의 임무를 강조하며 사조직 참여를 거부했던 간부들은 다 지방 한직으로 발령나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사고 보면…현장서 정확한 보고해도 사조직 출신이 묵살할 수도

소식통은 이태원 압사사고와 관련해 용산경찰서에서 드러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이태원 사고를 보면서, 특히 용산서장과 용산서 정보담당자 행동을 보고 경찰 내에선 ‘특정세력이 참사를 키우려고 공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특히 112 상황실을 맡은 실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도 과거 112 상황실에 있어봤다며 "(이태원 압사사고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데 그 시간에 자기 사무실에 가 있다니 그 자리는 비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와 관련해 특정 정치색을 띈 경찰들이 수사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나온다"면서 "이태원 사고를 유심히 보면 경찰 사조직의 위험성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보도를 보면, 현장 근무자들은 비교적 정확히 상황보고를 했다. 그런데 특정 정치색을 가진 사조직 간부가 보고선상 또는 결재선상에 있으면 그 보고를 묵살하거나 관련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 사조직은 과거 시장이나 유흥업소에서 돈을 뜯던 구악경찰보다 더 악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 지휘부가 앞장서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경찰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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