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덕
박상덕

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은 필요하다. 다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한다. 일반인 중에는 재생에너지가 항상 전력을 공급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태양광 경우 15% 정도의 시간 즉, 4시간 정도만 전력을 생산한다. 우리는 7일 24시간 전기가 필요하다. 나머지 20시간을 무엇으로 발전하느냐에 따라 에너지의 청정성이 달라진다.

제주도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계속 늘어나 강제로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차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 배출 비중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에너지 분야 탄소 배출량만 보면 2016년 365만 톤, 17년 387만 톤, 18년 420만 톤이다. 제주도는 무탄소 섬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규모나 국가 규모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나라는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 살펴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아보자.

2022년 10월 22일 골드만삭스 글로벌 투자연구국의 1차 상품연구 글로벌 책임자인 제프 커리(Jeff Currie)는, 지난 10년 동안 재생에너지에 3조8000억 달러가 투자됐음에도 세계 화력 비중이 82%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엄청난 재생에너지 투자에도 불구하고 화력발전은 줄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발언을 보도한 웹사이트 클라이밋 디포(Climate Depot)은 미국의 1908년도와 2015년 화석연료 사용량을 비교하면서 그 수치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데이터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투자가 탄소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2019년 5월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 국제에너지기구)는 ‘청정에너지 시스템의 원자력 발전’(Nuclear Power in a Clean Energy System)이라는 원전 관련 보고서를 20년 만에 발행했다. 원자력을 잘 다루지 않던 IEA가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동기는 1998년과 2018년의 전 세계 청정에너지 비중(36%)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자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원자력발전소 비중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IEA는 앞으로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원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1월 서울대학교와 MIT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MIT의 야코포 본조르노(Jacopo Buongiorno) 교수는 EU 국가의 간헐성 에너지 비중과 저탄소 배출국가를 비교하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간헐성 에너지 비중이 높은 나라는 덴마크·아일랜드·독일·포르투칼·스페인·핀란드 순이었고, 저탄소 배출국가는 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스위스·핀란드·벨기에 순이었다. 이 데이터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간헐성 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가 저탄소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 반면 원자력이나 수력의 비중이 높은 국가가 저탄소 국가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렇게 재생에너지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간헐성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 태양광 이용률은 15%이다. 그러면 나머지 85%의 시간 즉, 20시간을 무엇으로 발전하느냐에 탄소 배출량이 좌우된다. 이 시간을 원자력이나 수력이 아닌 석탄이나 LNG와 같은 화석에너지로 발전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은 에너지 시스템 내에서 일어나는 세부적인 상황을 잘 모른다. 그러기에 에너지 시스템 내에서 일어나는 사항 중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은 보다 자세하게 알려야 한다.

탈핵 무당들은 오히려 과학적 사실을 숨기고 재생에너지의 장점만 이야기해서 국민의 선택 권리를 방해하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올바른 환경운동가가 나올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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