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김정은의 친 여동생으로 사실상 북한 권력의 제 2인자라고 말할 수 있는 김여정이라는 30대 여인이 또 다시 비명(悲鳴)을 질렀다. 그녀를 사실상 제 2인자라고 말한 것은, 그의 실제 직책이 김정은 후계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의 공식 직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이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다. 선전선동부 부장보다 아래 계급이며 선전선동부가 북한 권력 서열의 최고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니, 김여정의 서열이 김정은 다음으로 높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유고시 김여정이 후계자가 되리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결국 북한 정치 체제는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라 중세 봉건제 왕조체제 수준임을 말해 주는 증거다.

그런데 왕(王)을 친오빠로 둔 여인이 대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김여정이 분노의 말을 또 쏟아낸 직접적인 이유는 대한민국 외교부가 북한의 지속되는 도발에 대해 제재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성명을 낸 데 있다. 성명 맨 앞부분에서 김여정은 ‘남조선 외교부 것들이’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도발이라는 표현으로 걸고’ 들었다. 자기들이 한 것은 도발이 아니라 ‘자위적 조치’란다. 외교부의 성명을 ‘나발을 불어댔다’라는 비속어로 표현했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 유학했고 북한으로 돌아온 후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고 알려진 사람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수준이 낮다. 외교문서로 역사에 남을 이 성명은, 외교적이기보다는 죽어가는 나라의 무책임한 지도자가 내뱉은 단말마(斷末摩)적 비명이라고 봐야 한다. 단말마는 ‘숨이 끊어질 때의 모진 고통’이라는 의미다.

김여정은 윤석열 대통령을 ‘천치바보’라고 비난하며,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고 탄식했다. 노골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문법도 맞지 않는 졸렬한 이 언급을 해설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김여정의 언급은 대한민국 내 주사파를 향한 명령이 분명하다.

김여정에게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지만 문재인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 자유의 확산을 통한 통일이라는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는 김여정의 뻔뻔한 거짓말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12월 19일자 노동신문은 타격 목표가 서울·도쿄·워싱턴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김여정의 비명을 들으니 이제 북한 체제도 끝을 향해 가고 있구나 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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