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국가 경영이든 기업 경영이든 유한한 자원을 운용하는 일은 항시 효과성과 효율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 수많은 산 중에서 목적에 들어맞는 산을 선정하는 것이 효과성이라면, 그 산을 오를 때 경로를 잘 택하는 것이 효율성이다.

국가 경영=정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매겨 권력으로 강제하는 일이다. 정치적 지혜의 핵심은 문제나 가치의 선후·완급·경중을 가려내는 것이다. 대통령 등 정치인은 자신이 중시하는 문제를 ‘3대 개혁’이나 ‘4대 과제’ 등으로 정리·발표하기 전에 이 문제를 치열하게 연구·고민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3대 개혁으로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는 공공·노동·금융·기업 개혁을, 박근혜 정부는 공공·노동·금융·교육 개혁을 4대 개혁으로 강조했다. 그렇다면 ‘공공 개혁’은 왜 빠졌을까? 두 정부 다 강조한 노동 개혁의 성과·한계·오류는 무엇일까?

이재명-MBC-김만배 게이트를 통해 정치·언론·사법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이들은 노동·교육·연금 문제보다 비중이 작을까? 3대 부패를 공직·기업·노조 부패라 했는데 이게 동렬에 세울 문제인가?

노조 문제로 말하면 화물연대가 보여준 불법·폭력성, 대·공기업 노조들이 보여주는 약탈성(지대 추구를 통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민노총 집행부, 언론노조, 전교조 등의 지독한 이념 편향성 문제 등이 다. 이를 노조부패(회계 불투명성)와 비교하면 경중(輕重)이 어떨까?

한국 정치권과 지식사회는 가치나 문제 전반을 조망하고 그 상호관계와 선후·경중을 연구·고민하는 풍토가 척박하다. 때문에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진단과 대안이 속출하기 십상이다. 산을 향해 ‘돌격 앞으로’를 외치기 전에 이 산이 맞는지, 경로가 맞는지를 한 번 더 고민해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