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명절이면 가족이나 친인척 간 반목과 냉담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지금 40~50대의 조부모·부모 세대의 반목·냉담의 중심에는 무례(無禮)가 있다.

남편의 아내에 대한 무례(축첩·술주정·노름·보증·무책임 등), 시어머니의 며느리 구박(모진 시집살이 등), 딸들에 대한 차별과 홀대, 장남이나 아들들의 횡포 등 TV드라마로 많이 보던 것들이다.

많이 배운 부모를 둔 40~50대 중에는 부모의 무례나 미숙한 자식 사랑으로 상처받은 사람이 많다. 그것은 자식의 인생과 선택에 대한 과도한 관여, 간섭이다. 초중고에서는 치맛바람으로 나타나는데, 그 뿌리에는 자식이 세속적 성공을 못하면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이는 주된 관심사와 비교 잣대가 세속적 성공 여부(성적·학벌·직업 등)이고, 또 가족·친인척·이웃 간 과도한 뒷담화를 하는 문화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저마다의 인생이 있고, 행복·성공·구원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명절에 실감하는 갈등과 반목은 농경 기반 대가족사회에 조응하던 유교적 질서=예(禮)는 붕괴했으나, 탈농경 산업 기반 핵가족·1인가구 시대에 조응하는 새로운 질서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데 있다. 삼강오륜(三綱五倫)·여필종부(女必從夫)·사농공상·적서차별 등 유교적 질서는 수직적 인간관계를 전제로 아랫사람의 섬김과 복종을 유난히 강조한다.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유교문화권 국가들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를 기록하는 것은 철 지난 질서의 잔재와 관련이 깊다. 한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진적 페미니즘까지 가세해 20대 남녀 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은 가정의례준칙이 아니라 가족·친인척 간 신예절 교육과 문화운동이 필요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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