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미카
와타나베 미카

얼마 전 한국에 와서 산 지 10년 정도 되는 일본 여성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9살, 7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는 그녀는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일반 한국 학교는 너무 경쟁이 심해,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일본 학교에 보낸다고 했다. 부친의 일 때문에, 어린 시절 10년 동안 네덜란드에서 지낸 그녀는 국제 감각이 뛰어나다. 일반적인 일본 여성 이미지와 달리, 소탈하고 당당하다. 그녀는 아이들을 일본 학교에 보내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어 보였다.

반면 ‘鄕に入っては鄕に從え’(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라고 생각한 필자는, 일반 한국인 친구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자녀를 교육해 왔다. 한국인으로 살아갈 이상, 한국식으로 교육하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할 때가 많아졌다. 딸은 한국식 교육은 본인에게 안 맞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결국 대학은 미국으로 갔다. 딸 또래 친구들도 한결같이 한국 교육은 주입식이라 창의성을 없애 버린다고 말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입시 관련 비리 사건을 봐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유죄 판결을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할 당사자가, 반성은커녕 유튜브에 등장해 ‘나답게 당당하게 살겠다’고 한다. 깜짝 놀랄 일이다. 또 그를 응원하겠다는 어른들은 정상인가?

어디서부터 그런 이상한 뿌리가 내려졌을까. 필자 생각에는 한국사회 특유의 극심한 학력·경쟁 때문으로 본다. 어린 시절부터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배우기도 전에,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산다’는 법칙부터 배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법칙, 말하자면 ‘정글의 법칙’이다. 궁지에 몰리게 되면 누구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내면 되겠다는 유혹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기기 위해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버린 순간,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다. 즉 ‘자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부귀영화를 위해, 출세를 위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악한 방법을 사용한 순간,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상실한다. 양심이 고장난 인간은 이미 자유를 상실한 상태, 즉 악의 노예가 된다.

같은 조건에서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자유경쟁은 원래 아름다운 것이다. 본인의 자유의사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일은 숭고한 삶의 가치다. 우리의 소중한 미래세대들이 멍들고 상처입지 않도록 ‘정글의 법칙’에서 해방시켜 줘야 한다. 인생은 길고 배워야 할 것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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