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에서 멸치와 약콩을 구매하는 모습을 8일 본인의 SNS에 올렸다. /윤 후보 인스타그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에서 멸치와 약콩을 구매하는 모습을 8일 본인의 SNS에 올렸다. /윤 후보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부터 시작된 ‘멸공’ 행보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비롯한 야권 인사들의 동참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친여 성향 언론들이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미 현 정권의 대중국 저자세 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쌓인 가운데, 여당이 ‘공산주의’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이를 빠져나오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이 ‘멸공’ 글을 게재한 것은 지난 5일이다. 그는 자신이 인스타그램 계정에 숙취 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다음날인 6일에는 한국 정부가 중국 외교부의 무례한 태도에 항의 한 번 제대로 못 했다는 취지로 비판한 한 매체의 기사 링크를 공유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을 게재한 뒤, 또다시 ‘멸공’ 해시태그를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을 올리면서 "나의 멸공은 중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들 괜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이같은 ‘멸공’ 행보에 윤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멸치·콩을 사거나 맛보는 사진을 올리며 동참해 정치적 이슈로 번지기 시작했다. 야권 인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여권 인사들은 ‘색깔론’이라는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 중인 카피라이터 정철은 10일 야권의 ‘멸공’ 인증샷 릴레이에 "멸치 X만도 못한 놈들"이라면서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희가 멸치를 아느냐 / 너희가 멸치의 아픔을 아느냐 / 죽는 순간까지, 아니 죽어서도 멸치는 이 한마디를 듣지 못한다 / 멸치 한 마리 주세요 / 무리 속의 나는 / 진짜 내가 아닐 수도 있는데 / 일생을 무리에 섞여 뒹구는, / 끝내 ‘나’로 대접받지 못하는 그에게 위로는커녕 조롱이라니 / 멸치다 / 멸시가 아니다 / 이 멸치 X만도 못한 놈들아"라는 글을 올렸다.

정씨는 ‘멸치 X만도 못한 놈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윤 후보를 비롯해 앞다퉈 ‘멸공’ 행보에 동참하는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캠프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 ‘나라를 나라답게’ 등을 만든 카피라이터다. 지난해 11월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으며 메시지 총괄 역할을 하고 있다.

송영길 당대표도 이에 가세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대위 세대공감위원회 발대식 인사말에서 "최근 김종인 위원장을 선대위 개편이라는 미명 하에 쫓아냈던 ‘윤석열 선대위’가 최근 달걀, 파, 콩, 멸치 이런 것들을 사면서 일베 같은 놀이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야당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민을 편 가르고 서로 대립하게 했다’고 비판해 왔다"며 "지금은 정작 본인들이 선거에서 이기려고 세대 갈등을 만들고, 남녀 갈등을 부추기고, 색깔론을 내세운다. 참으로 유치해 보이고 나라를 끌고 가기에는 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라이벌 의식의 발로’라고 해석하는 의견도 여권에서 나왔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의 기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기자 시절 취재원으로 알고 지낸 전 삼성가 임원의 말을 전하며 "(정 부회장이) 현재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라이벌 의식 때문에 저렇게 좀 과속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손주와 외손주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시누이와 올케로 만난 엄마들 간 경쟁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는 "똑같이 첫아들을 낳았는데 둘 다 68년생 동갑내기"라며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같이 경기초, 청운중, 경복고 또 서울대 동양사학, 서양사학과까지 똑같이 학교를 간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라이벌 의식을 넘어 뿌리 깊은 반목이 있다’ 이렇게까지 (취재원이) 표현을 했다"며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을 구속, 처벌해 준 윤석열에 대해 정서적인 공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그분(취재원)이 분석한다"고 전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밤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 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라는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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