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손태규

‘고두(叩頭).’ "머리를 땅에 조아린다"는 뜻. 한국인들에게는 뼈 때리는 아픔을 주는 한자다. 미국도 쓴다. 중국 발음 그대로 ‘코우토우(kowtow).’ 미국 인터넷 사전의 설명: "1636년 만주인들의 침공에 패배한 조선의 인조는 홍타이지에게 세 번 머리를 땅에 조아리면서 속국이 될 것을 맹세하도록 강요당했다. 대한제국이 속국에서 벗어나는 1896년까지 조선 사신들은 청 황제들에게 세 번 ‘코우토우’했다."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자본주의(kowtow capitalism)"란 표현이 미국에 있다. 중국 돈을 좇아 중국 정부에 아부하고 시킨 대로 하는 대기업들을 일컫는다. 미국 민주당 정권은 "자본주의 따라 민주주의가 갈 것"이라며 중국경제를 돕기 시작했다. 결코, 중국에 민주주의는 오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어떤 나라에 충성을 다 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들에 충성을 강요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인텔’은 "존경하는 중국 고객과 제휴기업, 인민들에게 끼친 심려를 깊이 뉘우친다"라고 발표했다. 부품업체들에게 신장의 물건을 사용하지 말라는 성명이 "분노의 쓰나미를 불러일으켰다"는 관영매체의 질책을 당한 직후였다. ‘메리어트 호텔’은 지난해 11월 신장 위구르에 대한 인권탄압에 항의하기 위한 ‘세계 위구르 회의’가 체코 프라하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리는 것을 막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월 "중국 관리들은 인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데 있어서 미국보다 더 책임감이 강하다"며 "중국은 미래"라고 아부했다. 나이키 사장은 "나이키는 중국을 위한, 중국의 상표"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이 새로운 황제인 시진핑과 공산당에게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있다"라며 "중국 의존도가 지나친 나머지 그들은 미국의 자유보다는 공산주의자들의 돈을 더 좋아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기업들은 중국의 돈뿐 아니라 공산당 노선에 ‘코우토우’ 한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 정부에는 서슴없이 대든다. 극단의 위선. 대기업들은 중국인들이 겪는 인권·민권 탄압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신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자 급진좌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250개 기업을 대표하는 ‘미·중 비즈니스 위원회’는 상원에서 가장 급진좌파인 버니 샌더스와 좌파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급진좌파들은 세금으로 대기업을 없애려는 사람들.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이들이 중국을 위해 손을 잡았다.

나아가 대기업들은 낙태를 반대하고 성 정체성 차이와 종교자유를 확언하는 우파 법안을 통과시킨 주들을 구매거부로 위협했다. 대선에서의 선거부정 때문에 조지아 주가 선거 투명성 보장을 위한 선거법을 만들자 가장 격렬하게 반대한 것은 민주당이나 좌파 조직이 아닌 코카콜라, 델타항공, 포드 재단 등이었다. 대기업들은 중국공산당을 위한 존재로 변모하면서 국내 보수우파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정치집단이 되었다. 언론 등 좌파엘리트 집단들이 중국의 든든한 우군이면서 민주당 등의 정치도구가 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좌파들은 ‘대 설정 (Great Reset)’을 노린다.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갈아엎고 마르크스주의에 따른 ‘인종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을 바로잡는 자본주의’를 세우겠다는 것. 미국 대기업은 자유인, 자유시장, 사유재산의 중요성을 믿는 이들에게 마지막 요새였다. 그러나 20년 전 좌파들은 대기업을 ‘조합주의’로 공략하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강하게 돌진하는 좌파에 맞서는 우파 저항은 미미했다. 이제 그 운동은 중국에 스스로 ‘코우토우’하는 기업들이 우파정부에 대항하는 좌파집단이 되면서 완성 단계에 있다.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 기업조차 이럴진대 "이제 좌우 구분은 의미 없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지하고도 무책임한 소리다. 한국에도 중국에 ‘고두’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오래전부터 재벌기업들은 좌파의 끊임없는 공략 대상이 되어 왔다. 이들도 좌파의 정치도구가 되어 드러내놓고 중국에 아부하면서 보수우파들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강력한 세력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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